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Photo : 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저는 모국을 방문하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 반드시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공항에 있는 서점입니다. 그 이유는 서점에서 만난 책이 제게 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만난 책 중의 하나는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쓴 《오십부터는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는책입니다. 이 교수님은 90세에 이 책을 쓰셨습니다. 시력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로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서문에서 이 교수님은 “지금 와서 생각하니 감사할 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감사하지 않은 일은 없다.”라고 말씀합니다. 나이가 들고 인생을 돌이켜 보니 모든 일 속에 의미가 있고, 그런 까닭에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다고 고백합니다. 특별히 교수님이 선물로 받은 액자 속에 담긴 글이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새가 날아오기를 바라거든 먼저 나무를 심어라.” 이 글을 읽는 순간, 오래 전에 Serra 수양관에서 만난 중국 격언이 떠올랐습니다. “당신 마음에 푸른 잎사귀를 품으면 평화의 비둘기가 찾아온다.”

젊은 시절에는 새가 날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주기를 바랐습니다. 좋은 만남과 좋은 기회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새를 부르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나무라는 사실을 세월이 흐르며 깨달았습니다. 새는 머물 곳을 찾아 날아옵니다. 그늘이 있는 곳으로 찾아옵니다. 안전한 가지와 따뜻한 둥지가 있는 곳으로 날아옵니다. 인간의 만남도 그렇습니다. 깊은 만남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나무를 심고 키우듯이 오랜 배려와 신뢰와 사랑을 가꿀 때 좋은 만남이 열매를 맺게 됩니다.

젊은 날에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면 능력보다 관계가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동행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농작의 법칙은 변함없는 법칙임을 더욱 깨닫습니다. 또한 가능한 한 일찍 좋은 씨앗을 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그 이유는 복리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심고 거두는 원리를 반복해서 가르칩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갈 6:7).

존중을 심으면 존중을 거둡니다. 사랑을 심으면 사랑을 거둡니다. 지혜를 심으면 통찰을 거둡니다. 정직을 심으면 신뢰를 거둡니다. 물질을 심으면 물질을 거둡니다. 우리가 심은 씨앗의 종류대로 거둡니다. 또한 심은 것보다 많은 것을 거두게 됩니다. 심은 것은 세월 속에서 예상보다 더 크게 자랍니다. 씨앗을 심는다는 것은 미리 준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장작을 준비하듯, 노년이 오기 전에 좋은 관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씨앗을 심는 시간은 미래를 향한 가장 지혜로운 투자입니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세네카는 “우리의 인생이 짧다고 말하는 것은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노년의 지혜는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돈도 중요합니다. 지식도 중요합니다. 건강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결국 사람 곁에 오래 남는 것은 사랑의 관계입니다. 짐 론은 “당신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누구와 함께 걷는지가 중요합니다. 좋은 사람 곁에 있으면 생각이 깊어집니다. 지혜로운 사람과 교제하면 시야가 넓어집니다. 따뜻한 사람 곁에 머물면 영혼도 따뜻해집니다. 혼자 강한 사람보다 함께 걸을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젊을 때는 경쟁이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공감이 중요합니다. 젊을 때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 방향과 동행이 중요합니다. 성경은 좋은 관계의 중요성을 거듭 가르칩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전 4:9). 좋은 만남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좋은 만남을 가꾸는 것은 지혜입니다. 좋은 만남의 선물은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새가 나무를 찾듯, 사람도 쉼이 있는 사람에게 다가갑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사랑의 나무를 심으십시오. 감사의 나무를 심으십시오. 배려의 나무를 심으십시오. 책 읽는 나무를 심으십시오. 기도의 나무를 심으십시오. 정직의 나무를 심으십시오. 사람을 살리는 말의 나무를 심으십시오. 그러면 어느 날, 생각지 못한 새들이 날아와 앉을 것입니다. 외로운 날에는 친구가 찾아오고, 지친 날에는 위로의 사람이 다가오고, 눈물의 계절에는 함께 울어줄 사람들이 곁에 머물 것입니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가”입니다. 노년의 지혜는 더 많이 소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족할 줄 아는 데 있습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데 있습니다. 좋은 사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묵묵히 나무를 심은 사람만이 마침내 새들의 노래를 듣게 됩니다.

목양실에서 강준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