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와 함께 사역의 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사모들의 현실은 생각보다 힘겨운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목사, 이하 목데연)가 17일 발표한 넘버즈 327호에 따르면, 소형교회 사모 대부분이 최근 육체적·정신적 건강 위기를 경험하며 사역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27일 사랑의교회가 주최한 제4회 한국교회 섬김의 날에 참가한 사모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사모 10명 중 9명에 가까운 이들이 최근 3년 내 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육체적 건강의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87%였고, "정신적 건강의 어려움을 겪었다"는 비율도 86%에 달했다. 정신적인 증상으로는 '무기력함'(68%)과 '수면장애'(67%)가 가장 많았으며, '불안'이나 '우울'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도 60%를 상회했다.
특히 심각한 피로와 무기력을 느끼는 '번아웃 상태에 있다'는 사모는 43%로 나타났다. 이는 소형교회 목회자의 '번아웃 비율'(25%)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사모들이 느끼는 사역과 생활의 피로감이 목회자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소는 "사역의 무게는 대물림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져, 사모 37%는 자신의 자녀나 손주에게 이 길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분석했다.

▲교회에서의 역할(사모, 복수응답, 상위 7개, %). ⓒ목회데이터연구소
'재정 압박', '남편과 소통', '교회 내 갈등' 등 스트레스 다양
사모들이 교회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매우 다양했다. '심방과 돌봄'(78%)이 가장 많았고, '식사 준비'(67%), '예배 보조'(51%), '교회 청소'(48%)가 뒤를 이었다. 사모 3명 중 1명(34%)은 이러한 교회 사역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고 있었는데, 30명 미만의 작은 교회일수록 재정 압박(57%)이 컸고 '체력적 피로, 건강 문제'(23%), '남편과의 소통(23%)', '외로움(18%) 순이었다. 반면 30~50명 규모 교회의 사모는 남편과의 소통(37%), 교회 내 갈등(33%), 체력‧건강(30%), 재정 압박(27%)을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다.
사모가 된 이후 가진 직업을 살펴본 결과, '돌봄·보육(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분야가 5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육·강의'(32%), '사회복지·비영리 기관 근무'(27%) 순이었다. 연구소는 "전반적으로 돌봄, 교육, 복지와 같은 사람을 직접 돕고 돌보는 분야의 직업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직업을 가진 사모'는 24%였으며, 사모 44%는 "성도들이 사모의 경제 활동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가정 내에서의 고충도 그대로 드러났다. 사모들은 교회 사역뿐 아니라 자녀 교육과 가사 노동의 상당 부분을 전담하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압감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실제로 소형교회 사모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45%에 그쳐, 같은 규모 교회 목회자의 만족도(54%)보다 낮게 조사됐다. 연구소는 이에 대해 "사모들의 삶이 목회자의 삶보다 더 힘겨움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논평했다.

▲교회 사역 관련 주요 스트레스 요인(스트레스 경험 사모, 1+2순위, 상위 5개, %). ⓒ목회데이터연구소
학위 과정(학사∙석사∙박사)을 이수한 비율은 41%였고, 재학∙휴학∙중퇴 등 부분적으로 교육 과정을 경험한 비율(15%)까지 포함하면 사모의 절반 이상(56%) 은 신학 교육 과정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조건적 희생보다, 개인 은사와 자아실현 존중 문화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사모 62%는 서로 마음을 터놓고 교제하는 '사모 소그룹'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소그룹 활동을 하는 사모들이 영적, 정서적으로 더 건강하고 번아웃도 적은 경향을 보였다.

▲사모가 된 이후 가진 직업(과거 일했거나 현재 일하는 사모, 복수응답, 상위 8개, %). ⓒ목회데이터연구소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사모가 건강하게 사명을 이어가기 위한 목회 적용점을 제안했다. 먼저 연구소는 "사역의 조력자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교회는 사모에게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사모 개인의 은사와 자아실현(경제활동 등)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사모가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가꿀 때, 목회자의 사역도 안정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공감과 연대의 네트워크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교회와 노회 차원에서 사모들이 안전하게 마음을 나누고 위로받을 수 있는 자발적 소그룹/네트워크를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 상담과 영적 돌봄이 결합된 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사모를 향한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이번 조사 대상의 94.6%는 '담임목사'의 배우자였으며, '부교역자 및 기타'는 5.4%였다. 시무교회 규모는 '30명 미만'(66.9%)과 '30~50명 미만'(16.1%)을 합친 50명 미만 소형교회가 전체의 83%를 차지했고, '50~100명 미만' 10.7%, '100명 이상' 6.2% 순으로 주로 개척교회 등 소규모 목회 현장 사모들의 현실이 반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