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제정 10주년을 맞아 해당 법의 실질적인 이행과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단법인 북한인권과 아시아인권의원연맹이 공동 주관하고 국민의힘 김기현·박충권 의원이 주최한 '북한인권법 제정 10주년 국민보고대회'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잃어버린 10년"

기조강연에 나선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2014년 COI 보고서 발표 이후 남북한의 태도를 지적하며 "지난 12년 동안 눈을 감고 등을 돌리는 태도는 북한이 그 행태를 고치고 자국민의 보편적 인권을 보호하도록 설득하는 데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부드러운 언어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도전 과제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COI 보고서의 가치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중대한 인권 침해가 북한 기관 및 관계자들에 의해 자행돼 왔으며 현재도 자행되고 있다는 결론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유엔 관계자들이 제시한 조사 결과를 북한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현실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커 튀르크의 보고서는 우리가 목격해 온 지난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했다"며 "2014년 COI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북한은 사회 전반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법과 정책, 관행을 도입해 왔으며, 이는 주민들의 눈과 귀를 차단하고 아주 작은 불만과 변화의 조짐조차 제거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북한인권법의 이행 실태에 대해 "높은 이상을 담은 법률을 제정해 놓고도 그 법이 상정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들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그러한 조치들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법을 실제로 작동하게 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실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 개발을 수행하기 위해 국회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핵심적 제도 장치들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 상태"라며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선언만 반복하면서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의 요구에 근본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커비 전 위원장은 "천 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기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는 변화를 측정하고 낙관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라며 "분단된 한반도에서도 변화는 올 것이며, 그것을 지지한 이들은 존중받고 가로막은 이들은 기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원 회장 "北 인권법 사문화는 '이념의 노예' 결과"

▲이재원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회장은 “북한인권법이 사문화된 것은 시대착오적 이념적 당파성에 매몰돼 있거나 북한 독재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의 노예가 된 좌익 정치권력의 방해가 절대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송경호 기자
▲이재원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회장은 "북한인권법이 사문화된 것은 시대착오적 이념적 당파성에 매몰돼 있거나 북한 독재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의 노예가 된 좌익 정치권력의 방해가 절대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원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회장은 발제에서 "북한인권법이 사문화된 것은 시대착오적 이념적 당파성에 매몰돼 있거나 북한 독재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의 노예가 된 좌익 정치권력의 방해가 절대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법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정부의 정책입안자나 국회의 의원 중 누가 무슨 이유로 시행에 난관을 조성하는지 확인해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표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에 대해 정책당국이나 여야 의원이 공개된 장소에서 실질적인 토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론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러 사람이 하는 말을 막거나 거역하기 어렵다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원리를 활용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캠페인을 계속하여 설교와 광고, 성명을 쉬지 않고 발표한다면 조만간 돌파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력한 법적 대응을 주문하며 "합법적으로 입법된 법률을 국가기관이 시행하지 않거나 방해하는 것은 위헌이자 위법한 불법행위다. 해당 국가기관이나 책임 있는 담당자를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 청구소송이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정상화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민주당 정권으로 하여금 북한인권법을 정상적으로 시행하게 하려면 지금처럼 사문화된 상태를 그대로 즐기다가는 조만간 권력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제대로 들도록 만드는 수밖에 없다"며 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대북 저자세에 주민 고통은 철저히 외면"

이날 공동주최자로 개회사를 전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인권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북한인권재단이 민주당의 이사 미추천으로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는 정치나 당략을 떠나 인류애적 보편적 가치인 인권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인권법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법"이라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되는 대북 저자세와 친북 정책 속에 북한주민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정부‧여당이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며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의 인권을 정략적 고려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결과, 법은 존재하지만 실행기구는 마비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법의 실태와 정상화 방안을 위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송경호 기자
▲북한인권법의 실태와 정상화 방안을 위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은 "10년이 지난 지금 핵심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출범하지 못했고 자문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았으며 북한인권대사는 공석이다. 보고서 발간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주민 구출은 정치적 선택이 아닌 헌법적 책무이고 양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정권은 김정은의 적대적 2국가론에 동조하며 통일부 폐지, 헌법 3조(영토조항) 개정, 한미연합훈련 축소, 국가보안법 폐지에 맞장구치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키고 취임 직후 대북확성기방송 중단을 지시했다. 김여정 북한노동당부부장이 2.13 담화를 통해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공개 칭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으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인권법 통과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었지만 이후 민주당이 사실상 무력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박선영 전 진실과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정욱 대한변협 협회장 등이 축사하고 이후 김태훈 이사장을 좌장으로 태영호 전 국회의원, 이한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 위원장, 강철환 탈북민전국위원회 위원장, 리소라 모두모이자 대표가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