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이후, 그린란드 병합 시도와 관련해 유럽 8개국에 예고했던 10% 관세를 당분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외교·안보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럽과의 직접적인 통상 충돌을 일단 피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뤼터 사무총장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고, 이를 토대로 그린란드와 관련한 미래 협상의 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해결책이 실현된다면 미국과 나토 회원국 모두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며 "이러한 이해에 근거해 2월 1일 발효 예정이었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 병합 반대에 관세 카드 꺼냈다 유예로 선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8개국이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하며 미국의 병합 시도에 반대 입장을 밝히자, 지난 17일 이들 국가를 상대로 2월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6월에는 이를 25%까지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관세는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직후 관세 부과를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당장의 통상 보복 조치는 한발 물러섰다. 다만 관세 계획이 완전히 철회됐는지는 분명히 하지 않아, 협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관세 카드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병합 언급은 자제... 안보 협력 논의로 초점 이동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게시글에서 그린란드 병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대신 그는 "그린란드와 관련한 골든돔, 즉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추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등이 필요에 따라 협상을 담당하고, 그 결과를 나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린란드를 둘러싼 논의를 영토 병합 문제에서 안보 협력과 방위 체계 구축 문제로 일부 전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도 그린란드 확보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면서도, 강제 병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 반발 고려한 톤 조절... 협상 국면은 지속

이번 관세 유예 결정은 유럽연합(EU) 유럽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반발해 미국과 체결된 무역 협정의 비준 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유럽의 강경 대응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부담을 감안해 발언과 조치의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 연설을 계기로 "그린란드 획득을 재차 논의하기 위해 즉각적인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병합 의지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 관세 유예라는 조정된 선택 속에서도,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유럽 간 긴장과 협상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