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탈북민이 3만 4천 명에 이르는 가운데, 이들의 신앙과 삶의 터전인 탈북민교회의 실태를 담은 '2025년 탈북민교회 현황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선교단체 불씨선교회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이하 목데연)는 이를 분석해 탈북민 사역의 현주소를 조명했다.

조사 결과 탈북민 중 기독교인 비율은 41%로, 일반 국민의 복음화율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탈북과 남한 정착 과정에서 교회가 탈북민들에게 가장 따뜻한 안식처가 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지표다.

그러나 높은 복음화율과는 달리 탈북민교회의 사역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사례비 없이 사역을 이어가고 있으며, 월평균 재정이 100만 원 이하인 교회가 2곳 중 1곳꼴로 조사됐다. 외부 지원 없이는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탈북민교회는 벼랑 끝 현실에 놓여 있다. 높은 복음화율이라는 지표 뒤에는 목회자의 자기 희생과 사역적 고립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함께 드러난다. 목데연은 이번 넘버즈 316호를 통해 한국교회가 탈북민교회와 실질적인 연대 관계를 구축하고, 복음 통일을 향한 동역의 길을 새롭게 결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교회는 일반 성도에게도 다소 낯선 개념이다. 불씨선교회는 탈북민교회를 담임 목회자가 탈북민이거나, 성도 대부분이 탈북민이거나, 남한 또는 해외 출신 목회자가 국내 탈북민 사역을 주요 목표로 사역하는 교회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집계한 결과, 국내 탈북민교회는 지난 20년간 99개 개척됐고 그 가운데 24개가 폐쇄돼, 현재 전국적으로 75개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교회 재정 상황*(2023년 말 기준, N=63, %) ※출처: 총신대학교 평화통일연구소, 한반도 통일기대 선교포럼 2025_2025년 탈북민교회 현황 보고서(불씨선교회, 정형신 목사), 2025.11.24. *자제 헌금과 외부 후원금 포함. ⓒ목회데이터연구소

▲탈북민교회 재정 상황*(2023년 말 기준, N=63, %) ※출처: 총신대학교 평화통일연구소, 한반도 통일기대 선교포럼 2025_2025년 탈북민교회 현황 보고서(불씨선교회, 정형신 목사), 2025.11.24. *자제 헌금과 외부 후원금 포함. ⓒ목회데이터연구소

 

지역 분포를 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탈북민교회 소재지는 서울이 40%, 경기 28%, 인천 12%로, 수도권 비중이 전체의 80%에 달했다. 소속 교단은 장로교가 69%로 가장 많았고, 감리교 12%, 성결교와 기하성이 각각 4%로 뒤를 이었다.

탈북민교회의 규모를 살펴보면, 한 교회당 어린이를 포함해 평균 35명이 출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회 규모별로는 20명 미만 교회가 36%, 20명 이상 40명 미만 교회가 3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40명 이상 교회도 29%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재정 여건은 더욱 심각했다. 탈북민교회의 월평균 재정은 192만 원으로 나타났으며, 월 평균 수입이 100만 원 이하가 47%에 달했다. 탈북민교회 2곳 중 1곳이 월 100만 원 이하의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200만 원 이하까지 확대하면 67%에 이르러, 다수의 탈북민교회가 극히 제한적인 재정 여건 속에서 사역을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재정 현실은 담임 목회자의 사례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탈북민교회 담임 목회자의 사례비를 살펴본 결과, 절반 정도인 52%가 사례비 없이 사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비를 받는 경우에도 2025년 기준 1인 가구 최저 생계비 수준인 월 144만 원을 웃도는 150만 원 이상을 받는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생계 유지 자체가 어려운 구조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국내 탈북민 입국 현황(명)과 국내 탈북민 기독교인 비중. 출처 통일부, 북한인권정보센터 등. ⓒ목회데이터연구소

▲국내 탈북민 입국 현황(명)과 국내 탈북민 기독교인 비중. 출처 통일부, 북한인권정보센터 등. ⓒ목회데이터연구소

한편 국내 거주 탈북민 규모를 보면, 통일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34,314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국내 입국 탈북민 수는 2014년 약 1,400명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2022년에는 67명까지 급감했다. 이후 2023년 196명, 2024년 236명으로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국내 탈북민 가운데 기독교인 비율은 41%로, 2024년 기준 일반 국민의 기독교인 비율 16%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탈북민 공동체 안에서 기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주며, 동시에 탈북민교회 사역이 갖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탈북민교회가 높은 복음화율이라는 열매를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역 현장은 심각한 재정난과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며 "탈북민교회가 한국교회의 변두리에 머무는 외딴 섬이 아니라, 복음 통일을 준비하는 중요한 동역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