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국제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International, 이하 CSI)'가 시리아의 기독교인 지역 지도자 술레이만 칼릴(Suleiman Khalil)의 구금 상황을 공개하며 국제사회의 긴급한 관심을 촉구했다. CSI 측은 "새로운 시리아 정권이 그를 사실상 납치해 수개월째 불법 구금하고 있다"며 "칼릴의 석방은 시리아 종교 자유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험대"라고 밝혔다.

칼릴은 시리아 홈스주 사다드(Sadad)의 전 시장이자 기독교 공동체의 오랜 지도자다. CSI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시리아를 장악한 HTS(하야트 타흐리르 알샴) 정권의 보안요원들이 지난 2025년 2월 8일 그의 집을 급습해 무기를 수색했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곧바로 구금됐고, 현재까지 기소·심문·변호인 접견 없이 홈스 교도소에 감금돼 있다.

CSI는 이를 "정부가 주도한 납치"라고 규정하고, "그가 새 정권의 헌법선언에서 보장된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과의 연락 역시 극히 제한돼 그의 건강 상태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술레이만 칼릴은 사다드의 기독교 공동체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시리아 내전의 혼란 속에서 지역 주민을 보호한 지도자로 평가받아 왔다.

그는 2011년 시위 이후 제한적으로 개방된 지방선거를 통해 2012년 사다드 시장에 선출됐으며,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친 지하디스트 공격 당시 마을 방위를 조직해 수백 명의 주민을 살려냈다. 2013년에는 ISIS·알누스라가 사다드를 점령해 41명의 기독교인을 살해했으며, 2015년에는 이슬람국가(IS)가 다시 대규모 진입을 시도했으나 칼릴의 지휘 아래 마을이 방어전을 펼쳐 참사를 막았다. 

칼릴의 이 같은 활약은 주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었고, 이는 아사드 정권의 경계심을 불러 2016년 그는 시장직에서 강제로 배제됐다. CSI 측은 "2013년 사다드 공격을 명령한 세력이 현재의 HTS 정권"이라며 "칼릴이 지금 표적이 된 이유가 과거 기독교 마을을 지하디스트로부터 방어한 '죄'일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CSI는 2016년부터 사다드를 방문하며 칼릴과 가족들을 직접 만나 왔고, 기독교 공동체 상황을 공유해 왔다. 아사드 정권 붕괴 직후인 2024년 12월에도 칼릴은 CSI에 보낸 메시지에서 "역사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 교체 직후 그가 체포되면서 CSI는 "시리아 내 수많은 실종 사건 중 칼릴의 사건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한 사례는 드물다"며 "그의 신원, 위치, 체포 경위 모두 확인된 만큼 국제사회가 압박을 가하기 적합한 대표 사례"라고 강조했다.

HTS가 집권한 이후 시리아는 급격한 불안정에 빠져 있다. 정권 초반에는 소수종교 보호를 약속했으나, 올해 3월 이후 알라위파·드루즈 공동체에 대한 대규모 학살이 발생했다. 6월 22일 다마스쿠스 교회에서는 기독교 미사 중 자폭 공격이 일어나 25~30명이 사망했지만, 정부는 희생자들을 '순교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장례식 참석도 거부해 기독교계에 깊은 우려를 남겼다.

정권은 기독교 시설에 대한 직접적 탄압은 피하고 있으나, 현지 경찰이 여성의 복장이나 술 판매를 이유로 기독교인을 괴롭히는 일이 잦아지는 등 사회적·정책적 차별은 점차 강화되는 분위기다.

CSI는 "칼릴 구금은 이러한 종교·정치적 억압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며 "새 정부는 기독교 지도자의 공개적 영향력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SI는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에게 비공개 서한을 전달했으며, 시리아 신임 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에게 공식 항의서를 보냈다. 또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시리아 소수종교 탄압 문제를 제기하며 칼릴의 딸이 보내온 편지를 전달했다.

이 단체는 최근 세계 시민이 참여하는 이메일 캠페인을 시작했다. CSI 웹사이트에서 시리아 외무장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낼 수 있으며, 메시지에는 칼릴의 인적 사항과 사건 정보가 모두 포함돼 있다.

CSI는 "시리아 정부는 아무도 술레이만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국제적 관심이 커질수록 그의 석방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CSI는 "그가 자유를 얻는다면 기독교인, 드루즈, 알라위 등 다른 소수자들에게도 공간이 열릴 것"이며 "이는 시리아가 자유로운 국가로 나아갈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반대로 그가 계속 수감된다면 새로운 시리아 역시 또 다른 형태의 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