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신계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26일 오후 발생한 대형 화재가 하루가 지나도록 잡히지 않으며 현지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27일 오전 기준 44명이 숨지고 45명이 위독하며, 실종자도 279명에 달해 사상자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약 4800명이 거주하는 8개동, 32층 노후 아파트 단지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며 현지 언론은 "여러 동이 밧줄로 묶인 채 한 번에 타오른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번 화재는 42년 된 노후 아파트 8개동을 한꺼번에 보수하는 공정 구조가 가장 큰 화근으로 지목되고 있다. 홍콩구룡텐트건설연합회 호핑탁 회장은 "8개동을 동시에 보수하도록 허가한 결정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단계적 보수가 원칙인데 이를 무시해 연쇄 화재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공사 기간에도 주민들이 계속 생활하는 가운데 동 전체가 비계와 그물로 감싸져 있었던 점은 불이 빠르게 확산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외벽을 뒤덮은 그물·방염망이 난연 소재가 아닌 일반 제품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호 회장은 비용 절감을 위해 난연망 대신 일반 그물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공인안전기술사협회 이광성 회장 역시 "대나무 비계는 쉽게 타지 않는다"며 "이번 화재는 그물이 불길을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은 난연망 사용이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구조적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안전 관리 부실 사례는 더 이어졌다. 공사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먼지 유입을 막는다며 환풍구를 가연성 '팽창 폼'으로 막아버린 정황이 확인되었다. 이 협회 리 회장은 "팽창 폼은 불에 매우 취약하고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이를 환풍구에 사용했다는 것은 안전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다수의 주민들은 작업자들이 공사 현장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증언했다. 위험성을 여러 차례 관리사무소에 호소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기·건축 구조 전문가들은 장시간의 고온에 노출된 상태로 건물 자체가 이미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엔지니어 호윙입은 "철근 콘크리트는 약 550~600도에 도달하면 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며 "내부 구조물·설비·장식재가 거의 전부 파괴됐을 수 있어, 수리보다 재건축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홍콩 내 오래된 고층 아파트의 보수·안전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난연 소재 의무화, 공사 중 흡연 단속 강화, 동시 보수공사 금지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기독교 일간지 신문 기독일보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53763#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