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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언제나 단순한 기술을 넘어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다. 타협은 언제나 최선인가, 혹은 원하는 목표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가. 감정은 철저히 배제해야만 제대로 된 협상이 가능한가, 아니면 감정 자체가 협상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져야 하는가. 한쪽의 이익이 곧 다른 한쪽의 손해로 이어지는 제로섬 구도에서 벗어난 협상이 가능한가. 이러한 오래된 질문들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  

하버드대학교 글로벌 네고시에이션 이니셔티브(GNI)를 창립하고 하버드 협상 프로그램(HNP)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해 온 조슈아 와이스 교수는 『하버드 로스쿨 협상 수업』(현익출판사)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연구를 종합한 협상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단순한 이론 강의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설계한 실습 중심의 교육 과정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실제 협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하버드 로스쿨 협상 수업'은 변호사뿐 아니라 기업 임원, 외교관, 비영리 단체 리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교육 과정이다. 수강생들은 팀을 이루어 가상의 협상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협상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협상이 단순히 주장과 반박을 주고받는 과정이 아니라, 상황의 구조를 분석하고 관계의 역학을 파악하는 능력이 핵심이라는 점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와이스 교수는 협상을 "복잡한 구조를 읽어내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제너럴 모터스(GM), 마이크로소프트, 유엔 산하 기구, 미국 및 캐나다 정부 기관에 자문하며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협상 상황에 적용 가능한 '5단계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협상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원하는 결과를 정밀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사고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협상 전략은 먼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협상의 현실을 인정하는 단계에서 출발한다. 이어 전체적인 협상 판도를 조망하며 세부적인 역학 관계를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협상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그동안 협상에서 방해가 되었던 잘못된 신념이나 비효율적인 행동 방식을 과감히 제거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더 강한 협상가로 성장해 새로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정확히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은 협상을 말하기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했던 기존의 시각을 넘어, 감정·심리·경험이 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탐구한다. 와이스 교수는 협상 실패 후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설명하며, 이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소하는 과정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협상 상황에서 과거 경험이 떠올라 유사한 인물이나 상황에 특정 감정이 전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무의식적 연상이 협상 전략을 왜곡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힘의 불균형이 큰 협상일수록 심리적 전이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버드 로스쿨 협상 수업』은 협상과 관련된 오랜 통념에서 벗어나, 글로벌 협상가들이 실제로 활용해 온 전략과 사고방식을 현실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한다. 감정과 분석, 전략과 구조를 균형 있게 다루며 복잡한 협상 테이블 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협상을 단순한 대립의 장이 아닌, 구조적 사고와 인간 심리의 상호작용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재정의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