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브라운. ©eauk.org/author/katherine-brown
캐서린 브라운. ©eauk.org/author/katherine-brown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캐서린 브라운의 기고글인 '당신의 믿음을 나누려면, 먼저 듣는 것이 가장 좋다'(To share your faith it's best to listen first)를 최근 게재했다.  

캐서린 브라운은 2023년에 영국 복음주의연맹(Evangelical Alliance UK)에 합류하여 'Being Human'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마음속에 익숙한 긴장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다.'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되는데...' 용기를 내어 믿음을 나누고 싶은데, 상대가 말 멈추기만을 기다리며 머릿속은 온통 전해야 할 복음의 핵심으로 가득하다. 

또 어떤 때는 누군가가 신앙에 대해 질문하거나, 복음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 때 너무 반가운 나머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말을 해버리기도 한다. 어느새 3단계 설교를 하고, 복음의 전 과정을 다 설명한 뒤 구원의 기도까지 인도할 준비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막상 말을 멈추면, 상대의 눈빛은 멍해지고 대화는 조용히 끝나버린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복음의 진리를 말하긴 했지만, 그 순간 상대가 진짜 듣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을 때. 그가 품고 있던 깊은 질문의 핵심을 묻지 않았기에, 무엇이 그 마음속에 있었는지 알 수조차 없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예수님은 질문으로 사람의 마음을 여셨다 놀라운 것은, 성경 속 예수님이 무려 300번 가까이 질문하셨다는 사실이다.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이 왜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하셨을까? 누가복음 10장을 보면, 한 율법사가 예수님께 "내가 무엇을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예수님은 즉시 답하지 않으시고 되물으신다. "율법에 무엇이라 기록되었느냐?"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느냐?" 율법사는 답하고 다시 "그렇다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려주시고 마지막에 다시 질문하신다.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이웃이 되었느냐?" 

그는 단순한 답을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마음을 깨닫는 여정으로 이끌림을 받았다. 예수님의 질문은 단지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우리의 복음 전도에도 마찬가지로, 좋은 질문을 던지고 경청하는 것이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대화는 '정답'보다 '관심'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어느 날 네일숍에서 손톱을 다듬고 있을 때, 네일을 해주던 여인이 물었다. "당신은 카르마(karma)를 믿나요?"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니요"라고 단답할 수도 있었지만, 필자는 대신 물었다. "그런 질문을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단호한 '아니요'는 대화를 닫았겠지만, 그녀의 생각을 묻자 이야기가 열렸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평생 '충분히 선한 일'을 했는지 확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제야 필자는 복음을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우리를 죄 가운데 내버려두지 않으셨어요. 예수님이 우리의 죗값을 대신 지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놀라워하며 물었다. "그럼 당신은 천국에 간다는 걸 확신하나요?" 그 순간, 복음은 설득이 아니라 대화의 열매로 맺어졌다. 그녀의 진짜 질문인 '나는 충분히 선한가?'에 대한 복음의 대답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질문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모든 대화가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좋은 질문은 상대에게 "들어주었다"는 감각을 남긴다. 그들은 존중받았다고 느끼고, 다음 대화를 위한 문이 열린다. 그 자체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셈이다. 

물론 질문이 언제나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비잉휴먼(Being Human)' 팀은 사람들의 신앙 대화를 돕는 대화 카드(conversation cards)를 만들었다. 이 카드를 통해 사람들은 신앙과 삶에 대한 깊은 주제를 쉽게 나누게 된다.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 거리에서 낯선 사람들과 이 카드를 활용한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복음은 '대화' 속에서 피어난다 

이 카드는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미 신앙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에도 유익하다. 듣고, 묻고, 함께 생각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진리를 새롭게 깨닫게 된다. 복음을 전하고 싶다면, 먼저 질문하라. 그리고 예수님처럼 귀 기울이라. 그때 하나님께서 열어주시는 대화의 문은 우리의 말보다 훨씬 넓고,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