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을 쓰는 오후에 창밖에 블로어의 큰 소음이 들려옵니다. 가을비 후에 교회 길가에 아름답게 쌓인 낙엽들이 꽤나 깊은 가을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가드너 분들의 수고로 깨끗하게 치워졌습니다.
낙엽이 많아도 가을을 느껴 좋고, 낙엽이 없으면 깨끗해서 좋습니다. 떨어져 나뒹굴다 한쪽에 모여, 내린 비와 엉켜 조금씩 부서지는 낙엽들을 보면서 어떤 분들은 깊은 슬픔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낙엽은 내년에 생명의 씨를 위한 거름입니다. 충분히 낙엽을 통해 땅에 거름이 주어져야 내년에 새로운 열매를 위한 자양분도 되고, 새로운 씨들이 싹을 돋게 하기 위한 힘을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서지는 마른 낙엽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과 생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도 가을이 찾아옵니다. 운영하던 비즈니스가 어려워지기도 하고, 평생 귀요미로만 남을 것 같았던 아이들이 장성하여 어른이 되어가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낯선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보며 놀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오래됨들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축복입니다.
구약이 있었기에 신약이 있으며, 이스라엘이 있었기에 교회가 있습니다. 그 어느 것 하나도 의미 없는 것이 없으며, 그 어느 것 하나도 하나님의 축복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예수님을 믿을 때가 있으면, 성장하는 때도 있고, 열매가 많이 맺을 때도 있으면, 열매가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습니다. 잠시 나의 신앙이 예전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낙심할 이유가 없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앙은 우리의 뜨거움에 기반한 것이 아니요, 씨앗을 심기도 하시고, 잎을 내기도 하시고, 열매를 거두기도 하시고, 새 열매를 위해 가지를 치기도 하시는 우리의 농부 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기반한 것입니다.
때론 더뎌 보여도 농부의 땀방울은 쉬지 않고 우리 인생에 떨어집니다. 하나님은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기 때문입니다. 낙엽이 지는 계절에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때론 구름이 있어도 가끔씩 구름 너머로 비추는 햇살을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를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성실하심으로 우리 인생에 축복이 아닌 것이 없음에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