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기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전면 시행된 가운데,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반중시위는 엄단하고 반미 시위는 그대로 방치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중 잣대 논란까지 가열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일대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반중시위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명동 일대가 반중시위의 성지처럼 변한 된 건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인 데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인접해 때문이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반중 집회가 시작된 건 광저우 아시안 게임 직후 중국 공안이 억류했던 탈북민을 대거 강제 북송한 후부터다. 분노한 시민들이 중국대사관 인근에 모여 중국의 반인권적인 행태에 항의한 게 발단이다. 당시 탈북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평화적인 시위가 중국의 한국선거 개입설 의혹과 함께 반중 정서로 퍼져나가면서 정부의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을 계기로 다시 폭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명동 일대에서 벌어진 반중시위와 관련해 국무회의 석상에서 '깽판'이란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강력한 대책을 지시했다. 앞서 지난 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중시위와 관련해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를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했던 연장 성격이다. 

반중시위에 대한 이 대통령의 격한 발언은 특정 국가를 향한 차별적 언행이 국익과 국가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APEC 등 중요 국제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으로서도 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중시위를 '깽판'이라고 표현한 건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깽판 친다"는 말에서 '깽'은  영어  '갱 (gang)'의  센말이다. 여기에 일이 벌어진  자리나  장면을  뜻하는 '판'이 합해져 일을  훼방하거나  망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사석이 아니고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이 이런 속된 표현을 하는 게 국격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정제된 표현을 써도 얼마든지 대통령의 굳은 의지가 국민에게 잘 전달될 것이다. 

이 대통령의 엄중 대응 지시 직후 경찰은 명동 일대에 대한 집회 제한을 통고했다. 아예 집회 금지구역으로 묶은 거다. 시위대가 중국인 밀집 지역인 서울 대림동 쪽으로 몰려가자 이번엔 김민석 총리가 나서 "대림동 일대 체류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 불편과 불안감이 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일선 경찰에 지시했다. 

대통령과 총일까지 나서 반중 시위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주문한 건 APEC 개최를 앞둔 민감한 시기를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특정 국가를 편드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반중 정서를 해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지난 18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를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이 반중시위를 "표현의 자유가 아닌 깽판"이라고 한 것을 예로 들어 "그럼 트럼프 대통령 얼굴 사진과 미국 성조기를 찢는 반미 시위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씀이 없으신가"라며 정부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25 양극화 인식조사'에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은 71.5%에 달했다. 북한(79%)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10년 전 같은 조사에서 16.1%, 2020년에 40.1%를 기록한 걸 감안할 때 중국에 대한 국민 전반의 부정 인식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정부의 대외 정책이 반미 친중으로 기우는 듯한 기류가 국민의 반중 정서를 더욱 키우는 요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당은 이번 기회에 반중시위를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심사다. 최근 혐오·선동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태년 의원은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면서 혐중 시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며 "혐오 시위는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으로부터 시작돼 사회 각지에 물의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과거 반중시위 양태보다 더욱 심각하다"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교계도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혐오' 시위에 우려하는 입장이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는 최근 국민통합위원회 이석연 위원장이 인사차 내방한 자리에서 "혐중 시위가 증오와 갈등이라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이는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의 삶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국가 간 미래의 길을 위협하는 극단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국민의 보편적인 권리나 특정 국가의 국기를 찢거나 불태우고 무차별적인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행위까지 용납되지 않는다.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되 돌발적이고 극단적인 언행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자제시키는 것 또한 정부가 할 일이다. 

하지만 기본권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그 과정 또한 불편부당하지 않아야 한다. 특정 국가, 특정 진영이 주장하는 이념에 따라 대응 대처방법이 달라진다면 국민의 권리를 강제하는 부당한 무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국민이 걸핏하면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도심을 난장판으로 민노총 등 일부 진보단체와 성조기를 불태우는 반미단체 시위는 되고 반중시위는 왜 안 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이중 잣대 논란이 갈수록 격화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각종 시위에서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뛰어넘는 타인에 대한 '혐오'는 배격돼야 한다. 남을 인신공격하는 방법으로 뜻을 관철하려는 건 목적의 정당성마저 부정될 수 있다. 정부 또한 반중이든, 반미든 불법 시위는 엄단하되 동일한 잣대로 특정 국가를 편들거나 차별한다는 오해와 불신이 깊어지지 않도록 일관된 대책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