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모키르(Joel Mokyr)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 ©wiki
조엘 모키르(Joel Mokyr)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 ©wiki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조엘 모키르(Joel Mokyr)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교수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며 "경제 성장 정체를 초래할 유일한 우려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의 제도적 강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인구 구조 불균형이 장기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키르 교수는 13일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국경을 개방해야 하고,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며 "물론 이는 사회가 선택한 결과일 수 있지만, 결국 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제도적 우수성을 강조하며 성장 잠재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모키르 교수는 "한국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며 "저는 강의에서 늘 한국과 북한을 비교한다. 좋은 제도를 가진 국가는 나쁜 제도를 가진 국가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낸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불과 수십 년 만에 선진국으로 도약한 점을 언급하며 "한국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북한이나 미얀마 같은 나라들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며 "기술 혁신과 개방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기술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일부는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있을 것"이라며 "그 누구도 그것을 나쁜 기술의 예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기술 혁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평가하며,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개방성과 혁신 생태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키르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도 주목하며 "제가 언급한 인구 구조적 문제를 제외하면, 한국의 성장이 멈출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단순한 기술 발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제도적 안정성과 인적 자본이 결합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조엘 모키르 교수를 비롯해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런던정치경제대 교수, 피터 하위트(Peter Howitt) 브라운대 교수를 2025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 세 학자는 기술 진보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끄는지를 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경제사학자인 모키르 교수는 유럽의 지적 환경이 경제 발전을 촉진한 요인을 분석한 연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지속 가능한 혁신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과학적 이해를 토대로 한 '누적 가능한 지식'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