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지구 종전 구상을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통첩을 보낸 지 불과 5시간 만에 나온 발표로, 전쟁의 향방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와 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3일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겠다며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전원과 사망자 유해를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전쟁 종식과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데 동의한다"고 전했다. 이어 "필요한 현장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중재자를 통해 즉시 협상을 개시해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또 가자지구 행정을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기구에 이양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 기구는 전문가와 기술 관료들로 구성되며, 팔레스타인 내부 합의와 아랍·이슬람권의 지지를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후 가자지구의 무장 해제와 국제기구의 직접 통제에는 선을 그으며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 고위 간부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평화위원회' 구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을 팔레스타인인이 아닌 자가 통제하는 것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며 특히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참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마스는 협상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72시간 내 모든 인질 석방은 현실성이 없다"고 강조하며 점진적 실행 방안을 시사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가자지구 행정을 이양하는 문제는 민족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의 발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하마스가 지속적인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그래야 인질들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구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부시간 오전 11시 트루스소셜을 통해 하마스에 5일 오후 6시(한국시간 6일 오전 7시)까지 합의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는 "기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전례 없는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하마스 대원을 끝까지 추적해 제거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워싱턴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가자지구 종전 및 전후 구상을 발표했다. 총 20개 항으로 구성된 이 계획에는 전쟁 종결, 인질과 수감자 교환, 이스라엘군 단계적 철군, 팔레스타인 위원회 설치, 국제 평화위원회 구성 등이 담겼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개혁을 완료할 경우 가자지구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