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8.3명으로, 한국은 2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자살 발생 현황을 분석하고 국가 자살예방 전략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총 1만4439명으로, 하루 평균 39.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살률은 코로나19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과거에도 자살률은 국가적 위기 상황마다 급격히 높아졌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는 18.6명으로 전년 대비 5.4명 늘었고, 2003년 카드대란 때는 22.7명으로 상승했다. 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는 31.7명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25.7명까지 낮아졌으나 지난해 다시 28.3명으로 올랐다.
GDP 규모 13위인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평균(10.6명)의 2.3배에 달한다. GDP 9위 캐나다의 자살률 순위는 23위, 12위 스페인은 29위에 머물렀다. 14위 호주는 10위, 15위 멕시코는 33위였다. 표준인구당 자살률 기준으로도 한국은 2003년 이후 22년째 1위를 기록했다. 2위 리투아니아(17.1명)와 비교해도 11.2명이 많다.
연령대별로는 10대 자살률이 7.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청소년 통계에서는 중고생 27.7%가 최근 1년간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40.6명으로 여전히 높았고, 청년층(24.4명)과 중장년층(32.0명)도 경제난과 사회적 고립으로 자살률이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충남(29.4명)이 가장 높았고, 충북(28.6명), 울산(28.3명), 제주(27.3명), 강원(26.0명), 경북(25.8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19.0명), 세종(19.2명), 경기(21.2명), 전북(20.9명)은 평균(22.7명)보다 낮았다.
연령별 사망자 비중을 보면 50대가 20%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40대(18.0%), 60대(16.4%), 30대(12.4%), 70대(10.8%) 순이었다. 자살률은 80세 이상(59.4명)이 가장 높았고, 70대(39.0명)가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 자살 사망자가 9747명으로 여성(4231명)의 2.3배였으나, 자살 시도자는 여성(2만4719명)이 남성(1만4685명)의 1.7배였다.
경제·사회적 요인과 자살률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실업률과 고용률 등 고용 안정성이 악화될 때 자살률은 높아졌고, 소득 격차를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과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자살 유족은 상실감과 자책, 사회적 낙인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으며,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22배 높았다. 유명인 자살 이후 모방 자살이 급증하는 현상도 보고돼, 실제로 유명인 자살 직후 한 달간 자살자 수가 전월보다 25.9%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살 사망자들은 사망 전 평균 4.3개의 스트레스를 복합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정신적 스트레스(86%), 가족 문제(62%), 경제적 어려움(61%), 직업적 요인(59%) 등이었다. 심리 불안, 양극성 장애, 우울증, 중독, 조현병 등 정신 질환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과 비교해 양극성 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은 6.1배, 조현병 환자는 5.9배 높았다.
경제 요인으로는 파산, 부채 급증, 채권 추심, 실직 등이 지목됐다. 2023년 자살 실태 조사에서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 중 44.8%가 경제적 어려움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만성질환과 신체장애, 사고 후유증 같은 신체적 요인과 가족 불화, 직장 내 괴롭힘, 남녀 문제 등 대인관계 갈등도 자살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나타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