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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읽어야 하는 줄 알지만, 막상 펼치려면 손이 가지 않는다."오랜 신앙의 길을 걸어왔어도, 성경 앞에서는 쉽게 작아지고 주저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두꺼운 분량, 낯선 역사와 지리, 서로 다른 장르와 문체 등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데이비드 플랫 목사(맥린바이블처치 담임)의 신간 <성경 읽는 법>은 '오늘, 여기'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도 실천적인 초대장을 내민다. 《래디컬》, 《복음이 울다》로 전 세계 그리스도인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신앙이 메말라가는 시대를 향해 오래된 새 길을 다시 가리킨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말씀을, 제대로, 꾸준히 읽자."  

왜 다시, 성경인가 

저자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공통 현실-바쁜 일정, 무너진 관계, 덧없는 쾌락, 만성적 불안을 직시하면서도, 그것이 성경을 외면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과거 신자들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말씀으로 엮어내던 풍경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이미 '중요한 일'에는 시간을 내는 존재라고 짚어 준다.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수시간 들여다보는 지금, 질문은 이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이 책이 말하는 성경 읽기는 '종교적 의무'가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과 사랑을 나누는 자리, 말씀의 저자이신 하나님이 의도하신 뜻을 곡해 없이 듣고 따르는 자리다. 그래서 플랫은 '나 중심 성경 읽기'를 떠나, 본문이 이미 밝히 드러내는 의미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겸손을 가르친다. "우리가 허다한 무리의 일원임에 만족하고 기뻐하자." 

한 손에 잡히는 4단계 로드맵: MAPS 

저자는 성경 읽기의 기본과 방향, 태도를 잡아 주는 실전 지도를 제시한다. 이름하여 MAPS. 

Meditate 묵상: 본문이 실제로 말하는 바를 천천히, 반복해 곱씹는다.

 Anchor & Memorize 암송: 진리를 마음에 '묶어' 넣는다. "중요한 건 암기력이 아니라, 돈과 하나님의 말씀 중 무엇이 더 소중한가이다."

 Practice 적용: 오늘의 삶 속 선택과 습관으로 옮긴다.

 Supplicate 기도 & Share 나눔: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길"(눅 22:42) 구하며, 공동체와 나눈다. 

각 장 말미에는 기도문과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 '읽고 감탄'으로 끝나기 쉬운 독서를 '살아 움직이는 순종'으로 연결시킨다. 

'새로움'보다 '분명함'을 사랑하는 법 

성경을 펼 때 독자들에게 유혹이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깊은 무언가'를 캐내고 싶은 마음이다. 저자는 이 욕망을 다독이며 말한다. 성경은 이미 교회 역사 속에서 수많은 성도가 함께 읽고, 믿고, 순종해 온 공적 진리의 책이다. "말씀의 의미를 찾을 때는 이미 명백히 드러나 있는 의미로 만족하자." 그 겸손이 '곡해'를 막고, 성령이 주시는 '감격'을 지켜 준다. 

말씀을 '가볍게' 대하지 않게 하는 역사 한 장면 

히에로니무스의 라틴어 번역, 위클리프와 틴데일의 영어 번역, 그리고 그들이 치러야 했던 대가, 감옥과 화형. 플랫은 오늘 각자의 손에 든 모국어 성경이 어떤 피와 눈물의 유산인지 기억하게 한다. "그러라고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순교한 게 결코 아니며, 그러라고 예수님이 목숨을 버리신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말씀을 펴는 작은 행위가 갑자기 '가벼울 수 없는 일'이 된다. 

장르별로, 제대로 읽는 요령까지 

책 후반부에는 성경 장르를 이해하는 간결한 길잡이가 실려 있다. 예컨대 신약의 서신서는 "필요에 따라 생겨난 문서"임을 기억하고, 전체 취지와 구조를 먼저 파악한 뒤 단락의 요점을 잡으라고 조언한다. "마치 전화 통화에서 한쪽 말만 듣는 것과 비슷하다"는 비유는, 서신서를 오독하지 않게 해 주는 유익한 경계선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 

▲실용성과 본질의 결합: 오늘 열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이, 말씀의 본래 의도에 뿌리내려 있다.

▲개인 경건과 공동체의 회복: 묵상·암송·적용·기도·나눔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혼자만 뜨거워지고 마는 경건을 넘어 교회적 순종으로 안내한다.

▲심장을 다시 데우는 이야기들: 스마트폰과 시간, 돈과 말씀, 번역 순교사 같은 예시가 우리의 우선순위를 재정렬한다. 

추천 독자 

이 책은 ▲성경을 '언젠가' 읽으려다 늘 미루는 모든 신자 ▲말씀 앞에서 길을 잃은 초신자·청년부·소그룹 ▲'나 중심 성경 읽기'를 벗어나 본문 중심으로 인도하고 싶은 목회자·리더들에게 추천된다. 

신앙의 회복은 복잡한 전략에서 오지 않는다. 말씀을 사랑하고, 오늘부터 한 걸음씩 순종하는 데서 온다. 저자는 독자들을 '의무'가 아닌 '사랑'의 자리로, '피로'가 아닌 '기쁨'의 자리로 부른다. "주의 입의 법이 내게는 천천 금은보다 좋으니이다."(시 119:72) 이 구절을 오늘 마음에 새길 수 있다면 이미 가장 값진 것을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