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총장의 신간 'Re_Vive Church 리바이브 처치 : 살아 움직이는 교회'가 올해 7월 교회성장연구소를 통해 출간됐다. ‘함께 세워 가는 선교적 교회, 일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길잡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이 책에서 ‘선교적 교회 운동’의 실천을 다룬다. 지난 9월 2일(화) 오전 가디나에 있는 미성대학교 총장실에서 이상훈 총장을 만났다.
이번 신간에 앞서, '리폼처치 RE_FORM CHURCH: 변혁을 이끄는 미국의 선교적 교회들'(2015), 'RE_NEW CHURCH: 리뉴처치 창조적 사역을 위한 교회 갱신 모델(2017)', 'RE_FRESH CHURCH 리프레시 처치: 팬데믹 이후의 교회를 찾다'(2022) 등을 집필하며 '선교적 교회 운동'을 연구해 온 그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는, 성도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며 삶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들어 달라는 목회자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는 전통적 교회 안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구조와 문화로 인해, '선교적 교회'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성도 개개인의 인식의 변화가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회자가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도, 성도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교회의 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진정한 변화는 성도들이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실천하면서 삶 속에서 변화를 경험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것이야말로 선교적 교회의 출발점이다.”

선교적 교회: 창의적 접근, 역동적 교회의 탄생
선교적 교회 운동은 선교를 제3세계와 특정 사역자에게만 국한시키는 전통적 이해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열방을 향해 주신 사명은 모든 제자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졌다. 이 사명을 깨달을 때 성도들은, ‘내가 선교사라면 내가 있는 이 지역에서 어떻게 선교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인가?’라고 질문하게 된다. 이처럼 질문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교회 사역도 달라진다. 이런 운동이 발생하면서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가 많이 일어난다. 성도들이 종교 소비자가 아닌, ‘어떻게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초대하고 관계를 맺고 복음을 전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의 사역들이 교회에 들어오게 된다. 또 교회 공동체나 훈련도 선교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굉장히 역동적인 교회들이 탄생하게 된다. 미국 교회 가운데 다음 세대들이 엄청나게 성장하게 된 교회들을 보면, 다음세대를 선교의 대상으로 보면서 그들의 문화를 활용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서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선교적 공동체 형성, 개인이 아닌 소그룹 파송
“예를 들면, 제자 훈련을 마치면 선교사 훈련을 한다. 일반 해외 선교사와 동일한 훈련 받으며, 자기 직업이나 커뮤니티 안에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일상에서 복음을 살아낼 수 있도록 선교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준다. 보통 교회에서는 일주일 동안 열심히 세상에서 살고 교회에 돌아오라고 하지만 선교적 교회에서는 ‘여러분의 예배의 자리는 일상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을 혼자 보내는 게 아니라 소그룹으로 파송한다. 그리고 본인이 갖고 있는 리소스를 통해서 믿지 않는 사람들을 초청해 관계를 맺는다.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한다거나 난민을 섬긴다거나 홈리스를 섬기는 사역 등을 하게 된다.”
책 <살아 움직이는 교회>의 구성
<살아 움직이는 교회>는 3부로 구성된다.
첫 부분은 개인과 교회의 선교적 부르심의 회복을 다룬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선교적 교회의 영성 · 예배 · 제자도를 탐구한다. 선교적인 삶을 살기 위한 영성, 삶의 자리로 이어지는 예배, 사역 우선이 아닌,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부르심과 선교적 DNA로부터 시작되는 제자도에 대해 다룬다.
이상훈 총장은, “기존의 영성은 신비적인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선교적 영성은 우리 안에 채워져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간다고 본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형제 자매를 사랑하고 이것이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 선교적인 영성의 가장 기본적인 흐름이다”라고 설명했다.
“선교적인 예배는 주일 예배가 일주일 동안의 삶 속에서도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 핵심 중 하나는 환대이다. 복음이 필요한 사람을 향해 우리 삶의 공간을 열고,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예배가 회복될 수 있다.”
3부에서는 성도들이 선교적 삶을 살도록 돕는다. 지금까지는 선교를 개인의 소명이나 역량에 맡겼다면, 이 책에서는 소그룹과 공동체 단위로 선교적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을 강조한다.
“북미 지역 많은 교회들이 소그룹을 구성해 일상 속에서 선교적인 사역을 하고 있다. 한국 교회에는 이런 모델이 많지 않지만, 최근에는 문화적으로도 소그룹 중심의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어서, 교회가 이러한 실험을 하기에 시의적절하다.”
이 책의 8장에서는 기존 소그룹과 선교적 공동체를 비교하고, 선교적 공동체의 원리와 적용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한다. 핵심은 일상 속에서 즐겁고 지속 가능하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 어떻게 공동체를 시작할 것인지, 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전략과 실행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등을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렇게 할 때 사회와 접점을 만들고,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회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소그룹, 세상과 복음의 접점
이러한 소그룹 공동체는 자연스레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교회와 세상의 접점이 되기도 한다.
“독서클럽을 시작해 보자고 하면, 믿지 않는 분들도 ‘이건 한번 가보고 싶다’며 관심을 보인다. 또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간다. 또 어떤 이들은 난민이나 사회봉사 영역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런 활동에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발견하고 함께하면서 복음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성도들만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선교적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모임을 반복하다 보면 관계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교회와 복음으로 연결된다.”
“이 모든 것은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첫째, 믿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것, 둘째, 세상을 직접 섬기며 변화시키는 것이다. 교회가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해 공동체 훈련과 소그룹 사역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아무리 목회자들이 선교를 강조해도, 성도들은 은혜만 받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동체로 함께하다 보면 성도들이 ‘이 말씀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까?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고, 이 내용을 10주 동안 나누다 보면, 성도들의 의식이 선교적으로 바뀐다.”
선교적 DNA의 활성화
“저는 이것을 ‘선교적 DNA’라고 부른다. 모든 성도 안에는 사명이 주어져 있다. 그러나 교회의 초점이 종종 성도의 영성을 개발하고 활성화시키기보다는 단순한 교회 안에서의 멤버로서의 역할로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교회가 본질로 돌아와, 각 성도에게 주신 사명과 부르심을 일깨울 때, 성도들의 선교적 DNA가 활성화되고, 성도들이 더 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비전에 참여하게 된다.”
이상훈 교수에 따르면, 선교적 공동체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공동체이다. 재소자 사역, 기관 운영 등 전문적인 지식·기술·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다른 하나는, 일상과 연관된 공동체이다. 성도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한다. 독서클럽, 운동 모임, 취미 모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선교적 운동의 실례
북미 지역의 선교적 교육 운동에는 여러 특징이 있다. 다양한 교회들이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선교적 공동체를 중심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리폼처치>와 <리뉴처치>에서 다룬 바 있는 제프 벤더스텔트가 이끄는 소마 공동체(Soma Community), 영국 성공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프레시 익스프레션(Fresh Expressions),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같은 모델은 모두 소그룹을 기반으로 선교적 삶을 실천한다.
한국 교회는 실제로 소그룹 단위의 선교적 공동체를 강조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핵심은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활동—예를 들어 운동, 독서 모임, 취미 모임, 봉사 활동 등—을 단순한 친교 차원이 아니라 불신자와 이웃을 향한 선교적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역을 선교적 방향성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이런 접근은 성도들의 의식을 바꾸고, 실제로 교회 밖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통로를 열어 준다.
거미형 구조 VS 불가사리형 구조
선교적 교회 운동과 관련해, 이상훈 교수는 오리 브레프만(Ori Brafman)의 저서 'The Starfish and the Spider'(불가사리와 거미)의 용어 ‘거미형 vs 불가사리형’ 구조를 인용해 선교적 교회의 바람직한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The Starfish and the Spider'라는 책에서 나온 개념이다. 탑 리더가 있고 탑 리더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를 가리킬 때 거미형 구조라고 이야기하고, 불가사리형 구조는 뭐냐면 리더가 안 보인다. 그리고 자르면 재생된다. 잘려진 부분이 다시 재생되고 잘려진 부위가 또 다른 부위가 된다. 분화가 일어난다. 재생산이 일어난다.”
“초대교회는 거미형 구조가 아니었다. 사도 바울, 베드로, 예수님의 제자들에 의해서 교회의 복음이 전파되었지만 그분들이 모든 곳에서 사역하지는 않았다. 성도들이 가는 곳마다 교회가 세워지고 복음이 확장된 것처럼 교회의 구조는 불가사리 형태였다. 오늘날 교회는 대부분 다 거미형 구조이다. 성도들은 대부분 목회자만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목회자 한 명이 떠나거나, 어떤 사건이 생기면 교회 기초가 흔들린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제자로 만들고 선교사로 만드는 것, 이게 불가사리 구조의 중요한 요소이다. 종교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있는 곳에서 선교사로 살아가게 된다.”
소비주의 영성
"오늘날 시대의 영성을 소비주의로 표현한다. 컨슈머리즘. 소비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소비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교회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교회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종교라는 상품을 내가 선택하고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통해서 내 종교적인 필요를 채우려는 부분이 매우 강하다. 교회들이 이것을 조장하고 있고, 그래서 교회에 와서 예수의 제자가 세워지고 보다는 교회의 제자, 목회의 제자가 세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이상훈 교수는, "본회퍼가 지적한 '값싼 은혜'를 인용하며, "진정한 제자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진정한 제자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슬리 뉴비긴의 자각과 선교적 교회 운동의 시작
“레슬리 뉴비긴을 알아야 선교적 교회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는 서구 사회가 더 이상 기독교 국가가 아니라 선교지가 되었다는 자각을 던졌다. 그리고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 복음이란 무엇인가. 둘째, 교회란 무엇인가. 셋째, 변하지 않는 복음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전할 것인가. 이 질문에서 선교적 교회 운동이 시작되었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서구교회가 경험한 뼈아픈 자각이 없던 한국사회에 ‘선교적 교회’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이 운동이 사회활동으로 치환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별한 카페나 도서관 같은 활동으로 대체해 버렸고 그래서 오해와 비판도 있었다.
“저는 2011년과 2014년에 한국에서 선교적 교회에 대해 처음 강연을 했고, 이후 책도 쓰고 강연을 계속하면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미국식 성장주의 교회나 대안 교회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특히 전통교회는 선교적 교회를 ‘좌파적 운동’으로 오해하며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선교적 교회는 특정한 형태가 아니라, 철저히 복음에 뿌리를 둔 운동이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선교운동을 보더라도 초점은 영혼 구원에 있다. 영혼을 구원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세상을 섬기는 것이다. 로잔 운동에서 말한 것처럼 통전적인 선교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10년 이상 지나면서, 복음 없는 사회활동 중심의 운동은 모두 생명을 잃고 사라졌다. 복음이 없이는 아무것도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은 많이 의식이 바뀌었고, 선교적 교회 역시 복음과 제자도 중심으로 다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