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짐 올랑의 기고글인 ‘지도는 국가들의 인식과 미래를 형성하며, 아프리카는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Maps shape mental images and destinies of nations and Africa deserves better)를 최근 게재했다.

짐 올랑은 아프리카복음주의연합(Associations of Evangelicals in Africa)의 커뮤니케이션 및 프로그램 책임자이다. 그는 케냐 출신의 숙련된 커뮤니케이션 및 개발 전문가로, 아프리카국제대학교(Africa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학사(BA, 우등)와 신학 석사(MA) 학위를 취득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아프리카연합(AU)이 최근 교실과 공공기관에서 메르카토르 도법(Mercator projection)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지도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은 단순한 지도 제작 방식의 정리 작업을 넘어, 진실과 존엄에 관한 도덕적 주장이다.

지난 5세기 동안 메르카토르 도법은 북반구의 국가들을 과장하고 적도 인근의 땅들을 축소해 아프리카의 광활함을 시각적으로 축소시켰다. 이에 2025년, AU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Equal Earth 도법과 같은 대안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지도가 더 이상 과거 식민 제국의 시각을 반영하지 않고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는 상징이다. 상징은 상상력을 형성하고, 상상력은 정책을 형성한다. 특히 식민 역사를 가진 국가들에게 왜곡된 지도 대신 공정한 지도를 제공하는 일은 정의의 문제이다. 더 공정한 지도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기존의 서사를 바로잡고, 전 세계 속에서 아프리카인들의 자기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메르카토르 도법의 교실 지도에서 그린란드는 아프리카와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아프리카는 그린란드보다 약 14배나 크다. 필자에게는 세 딸이 있는데, 종종 메르카토르 도법이 우리 아이들이 세계의 역학과 지정학을 어떻게 바라보도록 만드는지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메르카토르 지도는 유럽과 북미를 과장하고, 아프리카와 적도 지역 국가들을 축소함으로써, 아프리카의 규모와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인식을 수 세대에 걸쳐 무의식적으로 각인시켰다. 반면, 등적도법(equal area projection)은 이런 왜곡을 바로잡아,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더 정확한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만약 아이들이 메르카토르 도법만 접하며 아프리카를 바라본다면, 그것이 그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은 교실의 지도에서 보여지는 아프리카의 축소된 모습을 역사적 사실로 여기거나 의심 없이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지도를 바꾸는 것은 미래 세대 아프리카인들의 자기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대륙의 크기와 부유함에 정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을 세계의 유익을 위해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한다.

아프리카는 이미 세계 기독교의 새로운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앞으로 한 세기 동안 전 세계 기독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더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북반구로 이주하는 가운데, 아프리카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를 향한 영향력이 그 지리적 크기에 걸맞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까?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아프리카 대륙의 상대적 크기를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복음 전파와 책임감 있는 사명 감당을 위한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진실을 말하는 일은 창조의 선함과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은 모든 면에서 정확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아프리카를 잘못 표현하는 것은 곧 하나님이 사랑하라고 부르신 이웃을 잘못 표현하는 것이다. AU가 새로운 지도를 의무화하자는 요청은 진리와 정의, 공평의 성경적 윤리와 공명한다. 이는 아프리카인들로 하여금 공동체적 정체성을 강화하게 하며,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더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가 우분투(Ubuntu) 사상을 통해 가르쳤듯, 우리는 함께할 때만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는 함께할 때만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아프리카의 정체성은 빌려온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아프리카에는 풍부한 기독교 유산이 있다. 북아프리카는 라틴 신학의 언어를 정립한 카르타고의 터툴리안을 교회에 선물했고,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고백록』과 『하나님의 도성』으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 교회를 형성해 왔다.

현대 선교가 시작되기 훨씬 전, 가자 길에서 복음을 만난 한 에티오피아 재무관은 복음을 고국으로 전했다. 이는 아프리카가 영적 변두리(periphery)가 아닌, 기독교 신앙의 요람이자 전달자였음을 보여주는 초기의 증거다.

지도를 공식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일은 중요하다. 지도의 축소와 왜곡은 오랜 세월 동안 착취적인 경제 구조와 지정학적 간섭과 겹쳐져 왔다. 아프리카의 진짜 비율을 회복하는 것은 협력, 목소리, 가치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로잡는다.

그러나 지도상의 진실은 아프리카 내부의 진실과도 맞물려야 한다. 샬롬(shalom)의 기독교적 비전은 진정한 자유가 외부의 지배를 거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탐욕과 부패,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폭력과 같은 내부의 죄를 회개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최신 지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여전히 33점/100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부패가 공공 신뢰를 약화시키고, 자원을 고갈시키며, 발전의 우선순위를 왜곡시킨다는 경고다.

경제 연구 또한 명확하다. 통치 구조가 약한 곳에서는 자원의 풍요가 오히려 갈등과 왜곡을 불러온다. 신학자들이 말하는 “시스템의 타락(fallenness)”이다. 세계은행(World Bank) 또한 국가의 취약성과 자원 의존도가 성장 지연과 빈약한 성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즉, 제도적 강인함이야말로 자원이 치유의 도구가 될지, 해악의 도구가 될지를 결정한다. 지도의 비율을 바꾸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 아프리카인들은 우리 마음의 비율부터 바꿔야 한다.

아프리카의 기독교 사상은 변화를 위한 언어를 제공한다. 존 음비티(John Mbiti)의 공동체적 격언인 “내가 존재하는 것은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I am because we are; and since we are, therefore I am)”는 아프리카인의 정체성에 담긴 신학적 깊이와 시민적 책임을 함께 담고 있다.

더 진실된 지도와 더 진실된 공공 윤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올바르게 보고, 올바르게 믿고, 올바르게 함께 살아갈 때, 우리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통로로서 우리의 자리를 제대로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