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세 정상의 공동 등장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천안문 망루에서 시 주석은 중앙에 앉았고, 왼편에는 김정은 위원장, 오른편에는 푸틴 대통령이 자리했다. 이는 1959년 김일성·마오쩌둥·니키타 흐루쇼프가 함께했던 국경절 열병식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열병식이 단순한 군사 과시를 넘어, 미국을 축으로 하는 서방 진영에 대한 도전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최신형 무기와 첨단 전투기, 미사일을 대거 공개하며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했다. 이는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동시에,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서 공조를 강화한 한미일 3국을 견제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중국이 러시아·북한과의 전략적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며 사실상 '반미 전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외신도 이 같은 흐름을 집중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진핑이 푸틴, 김정은과 나란히 한 열병식은 중국이 국제 질서의 관리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신호"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세 정상의 동반 등장은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으며,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외세의 압력에 저항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대만 문제를 겨냥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이를 "중국 수도 심장에서 벌어진 독재자들의 인상적인 라인업"이라고 보도했고, NBC는 김정은이 다자 무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강화 의도를 짚었다. BBC는 "세 정상이 삼자 회담을 열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동반 등장은 드문 사례"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이번 행보는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전통적 혈맹 관계 복원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세 나라는 공통적으로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반발하며 결속을 강화하는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열병식에는 북중러 정상 외에도 이란 대통령을 포함한 26개국 정상과 정부 수반이 참석했지만, 서방 주요국 정상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승절 행사가 북중러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며 신냉전 구도를 선명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