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서와 세계관 현대 언어로
전 세계 공감 '우리' 이야기 창조
관계 속 회복, 공동체 통한 치유
기독교 공동체 추구 본질 맞닿아
그리스도의 몸 교회 비유와 연결
하나님 없는 치유, 복음 핵심 부재
진정한 회복, 회개와 믿음 속 구원
말씀과 성령 신앙 공동체 세워야
교회, 공멸 향하는 세상 치유하고
새로운 복음적 서사 만들라 도전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더 몰입한다는 보도까지 나온 가운데, 유경상 대표(CTC 기독교세계관교육센터, 평택대 기독교세계관 MTS 책임교수)가 영화 속 메시지와 세계관에 대해 소개했다.

최근 '케데헌 세계관 읽기'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던 유경상 대표는 SNS를 통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전 세계가 한국인의 '우리'에 빠져들다"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했다.

먼저 "<케데헌>은 화려한 K-팝 무대와 스릴 넘치는 액션만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 아니"라며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인의 깊은 정서와 공동체 중심 세계관을 감각적 서사로 풀어내, 오늘날 전 세계인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공동체의 결핍을 정면으로 다룬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영웅 서사나 제국주의적 정복 서사와는 다르다. 케데헌은 '함께 아파하고, 함께 노래하며, 함께 살아내는 이야기'로, 지친 이 시대의 심장을 울리는 새로운 서사, 즉 위로와 치유, 회복의 서사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걸그룹 헌트릭스의 공연 모습. ⓒ넷플릭스
▲걸그룹 헌트릭스의 공연 모습. ⓒ넷플릭스  

정체성 위기, 고정된 자아를 잃어버린 시대의 초상

유경상 대표는 "현대인은 루미(주인공)처럼 이중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페르소나의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현실에서는 자신의 어둠과 상처를 감춘 채 살아간다"며 "'케데헌'은 이 시대의 정체성 혼란을 예리하게 포착한다"고 해석했다.

유 대표는 "루미는 '데몬 헌터'라는 운명과 'K-팝스타'라는 사회적 역할 사이에서 갈등한다"며 "이 갈등은 단순히 직업적 이중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의 관계적 자아 구조, 즉 내면의 고정된 자아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녀가 '반데몬 문양'을 감추려는 행동은 단순한 부끄러움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가 끊길까 두려워하는 수치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러한 정서는 한국 사회 특유의 감정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세계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면의 진실이기도 하다. 루미를 통해 MZ세대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3인조 걸그룹이자 악귀 헌터 헌트릭스가 소파 대신 바닥에 앉아 함께한 모습. 영화는 ‘공동체의 힘’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3인조 걸그룹이자 악귀 헌터 헌트릭스가 소파 대신 바닥에 앉아 함께한 모습. 영화는 '공동체의 힘'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공동체에 대한 갈망, 단절된 시대의 치유

또 "팬데믹은 전 인류에게 고립과 단절의 상처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고통을 나눌 이가 있다면...'이라는 절실한 갈망을 품게 됐다. 케데헌은 바로 이 지점에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며 "루미의 치유는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 팬들과 멤버들의 지지와 진우(악귀)의 공감과 희생이 만들어낸 연대 속에서만 회복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혼문(Honmoon)'은 운명 공동체를 상징하고, 한 사람의 힘이 아닌 모두의 믿음이 모여야 완성되는 울타리"라고 전했다.

유경상 대표는 "이런 서사는 서로를 지켜온 한국적 '우리주의(Uri-ism)'를 따뜻한 판타지로 그려낸다"며 "우리주의란 단순한 집단주의를 넘어, 개인이 생존을 위해 '운명 공동체'로서 '우리'라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려는 세계관이다. <케데헌>이 전하는 세계관은 한국인의 세계관, 특히 '우리주의'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홀로 어둠을 밝히랴, 우리 노래 부르리라'라는 가사가 작품의 모든 정서를 함축한다"며 "혼자는 어둠이지만, 함께하면 빛이 된다. 함께 세상을 회복해 보자는 이 단순하고 명확한 메시지가 전 세계를 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의 영혼을 빼앗는 악귀 진우. ⓒ넷플릭스
▲사람의 영혼을 빼앗는 악귀 진우. ⓒ넷플릭스 

<케데헌> 속 기독교적 그림자

유경상 대표는 "이 작품은 인간의 정체성 혼란, 수치심, 공동체 회복이라는 깊은 주제를 다루며, 복음의 진리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자를 보여준다"고도 했다.

그는 "관계 속에서 회복되는 자아와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치유의 과정은 기독교 공동체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며 "루미가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되는 서사는 '고백-수용-회복'이라는 복음적 여정을 반영한다. '우리'라는 공동체가 구원의 도구가 된다는 서사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성경적 비유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그러나 <케데헌>은 하나님이 없는 치유, 죄 없는 수용을 말하는 점에서, 복음의 핵심이 부재한다. 루미의 자기 수용은 상처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 데 그치지만, 기독교는 상처를 인정하되 거기서 머물지 않는다"며 "정체성 회복이 인간 내부나 공동체 안에서만 이뤄진다는 설정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없이는 구원이 불완전함을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독교는 인간의 정체성 혼란을 창조주와의 단절에서 비롯된 근원적인 문제로 진단한다. 진정한 회복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 즉 은혜와 회개, 믿음을 통한 구원에서 시작된다"며 "기독교가 소망하는 공동체는 단순한 감정적 연대가 아니라, 말씀과 성령 안에서 세워진 신앙 공동체"라고 제시했다.

▲악귀와 헌터, 결핍을 가진 두 주인공이 손을 맞잡은 모습. ⓒ넷플릭스
▲악귀와 헌터, 결핍을 가진 두 주인공이 손을 맞잡은 모습. ⓒ넷플릭스 

한국적 세계관이 건넨 보편적 위로와 한국교회의 사명

유경상 대표는 "<케데헌>은 한국의 정서와 세계관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결론내렸다.

유 대표는 "그런데 긍정적인 '우리'는 공동체의 힘으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부정적인 우리는 우리가 아닌 타인을 구분하는 배타성으로 이어져, 결국 폐쇄적인 집단 이기주의나 부정부패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경계했다.

그는 "'홀로 어둠을 밝히랴, 우리 노래 부르리라!'라는 <케데헌>의 외침은 사실 한국교회가 '하나님 안에서' 부르짖어야 할 외침"이라며 "하지만 현실 속 한국교회의 '우리'는 세상을 회복시키는 공동체의 힘을 잃고, 오히려 닫힌 울타리 안에 갇혀 폐쇄적인 집단으로 변모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케데헌>은 바로 이러한 한국교회에 '함께 아파하고, 함께 노래하며, 함께 살아내는 이야기'로, 공멸로 나아가는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새로운 복음적 서사를 만들어내라고 도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