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트레아 정부가 20년 넘게 기소 없이 수감 중인 기독교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국제 인권단체들의 공식 서한 접수를 거부하면서, 종교 자유 침해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는 국제종교자유라운드테이블, 국제기독자유(Christian Freedom International), 21윌버포스(21Wilberforce), 내 백성을 자유케 하라(Let My People Free), 주빌리캠페인(Jubilee Campaign) 등 여러 단체가 공동 주관했으며, 최근 '국제 폭력 피해자 추모의 날'을 하루 앞두고 에리트레아 대사관 앞에서 진행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7명을 석방하라"(Release the 7)라는 구호와 함께 수감된 기독교 지도자들 7명의 사진을 들고 석방을 촉구했다.

국제기독자유의 엘라 엘윈(Ella Elwin)은 에리트레아 헌법, 아프리카 인권 헌장, 국제 시민·정치적 권리 규약을 근거로 한 석방 요청 서한을 대사관에 제출했으나, 대사관 측은 접수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21윌버포스의 루 안 사바티에(Lou Ann Sabatier)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서한을 대사관에 우편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감자들은 악명 높은 웽겔 메르마라(Wengel Mermera) 형사 조사센터에 구금돼 있으며, 일부는 고문과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밀리언 게브레세라시에(Million Gebreselassie) 목사는 2004년 체포된 이후 21년 이상 수감 중이다. 

에리트레아 복음주의연합 의장 키플루 게브레메스켈(Kuflu Gebremeskel) 박사는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키다네 웰도우(Kidane Weldou) 목사는 2005년부터 수감 중이며,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손상됐다. 월드비전 회계 출신 하일레 나이즈게(Haile Naizge) 목사도 가족과 20년 넘게 생이별하고 있다.

국제기독자유의 웬디 라이트(Wendy Light)는 "마사와에서 레마복음주의교회를 이끌며 마취과 의사로 일하던 밀리언 게브레세라시에 목사는 2004년 6월 보안 검색대에서 체포된 이후 21년 넘게 기소 없이 구금돼 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에리트레아 출신 미국 시민들은 "정부의 종교 탄압은 헌법 위반이며, 가족들이 보복을 당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40년간 미국에 거주한 아라야 데베세이(Araya Debessay)는 CP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 에리트레아 정부를 '위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지도부'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서명한 후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이 됐다"며 "그 결과 에리트레아에 남아 있는 친척들이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에리트레아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 종교적 신념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는 위헌일 뿐 아니라 잘못된 것이며,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년간 미국에서 생활해 온 하일레 테스파이(Haile Tesfay)도 "에리트레아에 가고 싶지만, 어떤 결과가 따를지 알기에 갈 수 없다"며 "에리트레아에는 종교나 신념의 자유가 없다. 모든 것이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정교회·가톨릭·복음주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종교기관에 정부가 개입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종교 자유 운동가 페이스 맥도넬(Faith McDowell)은 2005년 수감된 기독교 지도자들을 위해 에리트레아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녀에 따르면, 일부 수감자는 '예수 고문'이라 불리는 십자가형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2025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에리트레아의 인구 약 630만 명 중 51%는 수니파 무슬림, 41%는 에리트레아 정교회 신자, 5%는 로마 가톨릭 신자로 조사됐다. 개신교 신자, 무종교 기독교인, 무신론자, 토착 전통 종교 신자, 시아파 무슬림, 바하이교도 등은 인구의 5% 미만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