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감추고 살아갈까. 누군가의 안부에 무심코 내뱉는 "괜찮다"라는 대답 속에는, 정작 자신이 힘겹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낸 모습이 담겨 있다. 김규범 작가의 신간 『감정을 살아내는 중입니다』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과 그 속에서 마주한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김 작가는 유튜브 채널 '사월이네 북리뷰'를 운영하며 고전문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강연을 이어왔다. 겉으로 보기에 누구보다 활기차게 살아가는 듯했지만, 결국 번아웃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행복을 주제로 책을 집필했음에도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행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행복을 이야기하던 순간 번아웃이 찾아왔다"는 프롤로그의 고백은 그의 내적 갈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다시 독서에 몰두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쓰였다. 저자는 이를 "독서를 통해 발견한 감정의 기록이자 번아웃을 지나며 찾은 행복을 지켜내는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감정은 억누르거나 무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일부라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작은 아씨들』 속 구절을 인용하며, 감정을 드러내지 못해 수줍어하던 인물이 오히려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태도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필요하다고 전한다. 화려한 언변이 능력으로 평가되는 시대이지만, 억지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할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그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행복의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행복은 억지로 찾아야 할 목표가 아니라 삶의 순간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미뤄둔 감정을 다시 살아낼 차례"라며, 감정이 흐르는 대로 삶의 걸음을 내디딜 때 매일의 일상이 단순한 반복이 아닌 새로운 여행으로 바뀐다고 설명한다.
『감정을 살아내는 중입니다』는 번아웃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감정과 행복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으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차분히 안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