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번아웃'은 직무 활동 이후 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로 인해 열정과 성취감을 상실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개념이지만, 사실 하루 24시간 감정과 돌봄 노동을 이어가는 엄마들 역시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를 돌보느라 자신을 잊은 채 살아가는 어머니들의 현실은 여전히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셰릴 치글러는 저서 『위험한 엄마』에서 이러한 현상을 '엄마 번아웃'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엄마들이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과 고립감, 끝없는 책임감 속에서 점차 소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글러는 이를 과거 페미니스트 베티 프리던이 언급했던 '이름 없는 문제'와 연결하며, 이제는 '엄마 번아웃'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아이를 완벽하게 키우려는 강박이 때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행복은 결국 엄마의 행복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을 잃어버린 돌봄은 진정한 사랑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심리상담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실제 상담 사례를 토대로 책을 집필했다. 책은 전업주부부터 워킹맘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겪는 번아웃 사례를 10장에 걸쳐 다루고 있다. 각 장은 체크리스트로 시작해 독자들이 스스로 '엄마 번아웃' 상태를 진단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이들이 아플 때 오히려 내가 더 오래 아프다', 'SNS에서 다른 엄마들의 일상을 끝없이 들여다본다', '밤마다 내 선택이 옳았는지 후회한다'는 경험들이 대표적인 항목이다. 

치글러는 엄마들이 일상을 오직 아이에게만 맞추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소진은 사랑이 아니며, 바쁨은 헌신이 아니다"라며, 엄마가 자신의 삶을 되찾을 때 아이의 삶도 함께 빛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엄마의 번아웃은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엄마가 스트레스와 압박에 짓눌려 있으면 그 영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엄마들에게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완벽한 '슈퍼맘'이 되려는 태도는 자녀들에게 '슈퍼키즈'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엄마가 경험한 스트레스가 아이들에게도 전가된다. 치글러는 "좋은 엄마라는 훈장은 가족 누구에게도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책의 마지막에서 그는 번아웃을 극복한 엄마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치유의 방법으로 엄마들이 모여 서로 공감하고 지지를 나누는 모임을 제안했다. 그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경험이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