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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아이에게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다섯 살 아이에게 사인과 코사인을 풀게 하는 부모들. 이들은 자녀의 성취를 위해 조기교육에 몰두하지만, 그 바탕에는 "고학력 부모"라는 정체성이 작용한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원제: 고학력 부모라는 병, 김찬호 옮김)은 이 같은 부모들의 양육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아이의 진짜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저자인 나리타 나오코는 일본의 소아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다. 그는 "뇌는 세 단계로 발달하는데, 많은 부모들이 기초인 '몸의 뇌'는 건너뛰고 '마음의 뇌'와 '똘똘이의 뇌' 발달에만 집중한다"며, "이것이 고학력 부모가 육아에 실패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학력이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에게 지나친 조기교육을 시키고, 과잉 간섭과 맹목적 보호로 인해 아이의 자립과 자아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고학력 부모들이 빠지기 쉬운 세 가지 함정-간섭, 모순, 맹목적 사랑-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낸다. 한 부모는 자녀의 숙제나 학교 준비물을 스스로 하게 두라는 조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매번 개입한다. 나리타는 "몇 번을 조언해도 부모는 아이의 '못함'을 견디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반항 없이 성장하는 아이야말로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춘기 전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에는 반항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엄마 말에 불만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는 내면의 문제가 눌려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부모의 뜻에 순응하며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무단결석, 불안장애 등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책은 자녀를 신뢰하는 것이 양육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나리타는 연령과 발달 단계에 따라 신뢰의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며, 0세의 갓난아이부터 18세의 청소년까지 각 시기에 맞는 양육 태도를 안내한다. 

그는 부모에게 다음과 같은 실천을 권한다. ▲항상 의연한 태도 유지하기 ▲스마트폰을 유아기 자녀에게 주지 않기 ▲성공담보다 실패담 들려주기 ▲아이의 집착과 취향 존중하기. 이 같은 조언을 통해 "아이를 최선을 다해 신뢰하는 것, 그것이 양육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한다. 

『완벽한 부모가 놓친 것들』은 아이를 완벽한 성과로 이끌기 위해 조급해하는 부모들에게, 진짜 양육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