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요르단강 서안지구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성지의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성지(聖地)의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을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7월 7일 요르단강 서안의 기독교 마을 타이베(Taybeh)가 이스라엘 극우 정착민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마을 주택에 돌을 던지고 차량을 불태웠으며, 5세기에 세워진 성 조지 교회(Church of St. George)에 화재를 일으켰다. 교회의 묘지도 파괴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2024년에는 한 달 평균 4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정착민에 의해 부상을 입었으며, 200여 명 이상이 강제로 거주지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보안군의 방관 혹은 협조가 있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타이베 지역 사제 바샤르 파와들레(Bashar Fawadleh) 신부는 국제 가톨릭 자선단체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Aid to the Church in Need, ACN)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동조정센터에 두 차례나 연락했는데, 온다고 하면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며 정부의 묵인 혹은 직무유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파와들레 신부는 "군인들 중 상당수가 정착민 출신이다. 정부 내의 극단주의적 정치세력이 정착민들을 사실상 격려하고 있다"고 했다.

예루살렘의 교단지도자연합(Council of Patriarchs and Heads of Churches)은 공동 성명을 통해 "타이베 주변의 정착민 존재를 가능케 하고, 그들을 조장하는 이스라엘 당국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시에조차 성지를 보호하는 것은 인류 보편의 윤리다. 긴급 구조 요청에 대응하지 않은 경찰의 행태와 이러한 폭력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즉각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지도자들은 이러한 공격이 단순한 우발적 폭력이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를 체계적으로 위협하는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정착민들의 폭력은 교회나 묘지에 그치지 않았다. 타이베의 주민들은 주로 올리브유 생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정착민들이 소떼를 몰아와 주민들의 올리브 밭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한다.

파와들레 신부는 "벌써 한 달째, 매일 아침 한 정착민이 소 떼를 몰고 우리 밭에 들어온다. 나무가 망가지면 10월 수확이 불가능하다. 수확이 없으면 마을의 삶 자체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