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마르 엘리야스 교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가 직면한 극심한 위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2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시리아 정부가 급진주의 세력의 확산을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국제기독연대(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 ICC)의 제프 킹 대표는 이 사건이 시리아 내 기독교인을 제거하려는 급진 지하디 세력의 존재를 보여주는 "잔혹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1860년 다마스쿠스 학살 이후 가장 치명적인 기독교인 대상 공격이며, 기독교의 고향이었던 시리아에서 기독교의 존립이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킹 대표는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과 연합 무장세력이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정권을 잡은 아흐마드 알 샤라 대통령이 기독교인을 보호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의 뿌리를 둔 HTS의 재브랜딩 지하디스트들이 이끄는 이 정권은 공허한 애도만을 표할 뿐, 극단주의 민병대와 소수자를 노리는 불법 세력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내부와 독립 세력 양측에서 활동하는 급진 이슬람 세력이 시리아에서 기독교를 완전히 제거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일요일 아침 예배 중 발생했으며, 무장 괴한이 교회에 침입해 신도들을 향해 총격을 가한 뒤 폭탄 조끼를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리아 정부는 초기 수사 후 이슬람국가(IS)를 배후로 지목했으며, 알 샤라 대통령은 6월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 사건을 시리아 국민 전체를 겨냥한 범죄로 규정했다.
이후 HTS의 분파로 알려진 무장단체 '사라야 안사르 알 순나(Saraya Ansar al-Sunnah)'가 테러의 책임을 자처했다. 이 단체는 공식적으로 IS와 연계되어 있진 않지만, 이념적으로 유사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킹 대표는 "이번 공격은 그들의 피의 캠페인에서 한 걸음에 불과하다"며 "국제사회는 이 지하디 세력을 정부로 인정해서는 안 되며, 시리아 기독교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경고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부터 시리아에 대한 금융 제재를 해제한 가운데 나왔다. 미 국무부는 이번 주 초 HTS에 부과되었던 테러 조직 지정을 철회했는데, HTS는 과거 자바트 알 누스라(Jabhat al-Nusr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2018년 미국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정되었고,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에도 연루된 바 있다.
이 조치는 일부 기독교 인권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HTS는 과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기독교인을 공격한 전력이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겉모습을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이언 오름 글로벌크리스천릴리프(Global Christian Relief) 대표 역시 알 샤라 정권이 시리아의 역사적인 기독교 공동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점점 공허하게 느껴진다"며 "이번 사건은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이 지속적으로 폭력과 위협에 노출돼 있는 구조적 문제의 일부"라고 말했다.
오름 대표는 이어 "시리아 교회를 위해 기도하자. 그들의 안전, 자유로운 예배, 그리고 기독교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자"고 덧붙였다.
HTS와 이슬람주의 반군은 아사드 정권 전복 직후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제프 킹 대표는 HTS가 과거 IS와 알카에다 전투원들로 구성되었으며, 위협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재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HTS가 과거 기독교인을 공격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들의 보호 약속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킹 대표는 "시리아의 기독교인들과 시민들은 오랜 억압과 빈곤 속에서 살아왔으며, 이제는 평화롭고 안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알 샤라 대통령은 시리아 내 종교 소수자들을 대변하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박해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24일, 다마스쿠스 성십자가 교회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안티오키아 총대주교 요한 10세 야지기(John X Yazigi)는 알 샤라 대통령에게 단순한 동정보다 실질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그는 알 샤라 대통령이 전화로만 조의를 표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으며, 이번 테러는 정부의 명백한 실패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한 총대주교는 "정부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인 디펜스 오브 크리스천스(In Defense of Christians)'의 리처드 가지알 사무총장은 시리아 기독교 공동체가 계속 줄어들며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더 힐(The Hill)>에 기고한 글에서 "매 자살폭탄 테러, 매 교회 훼손, 매 공동체 탈출이 일어날 때마다, 시리아는 2천 년 된 영적, 문화적 기둥을 잃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1년 내전 전까지 기독교인이 시리아 인구의 약 10%인 200만 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30만 명 이하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가지알은 6월 22일 테러를 계기로 미국 정부가 시리아 과도정부에 대해 테러범 처벌과 기독교 공동체 보호를 위한 강력한 보안 조치 시행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은 시리아와 신중한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소수자 보호를 위한 '안보 보장'과 '헌법적 보호'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극단주의자들이 세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기독교인이 없는 시리아는 더 이상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시리아의 기독교 존재는 인류 문명의 직조물 속 실과 같은 존재이며, 그 실이 끊기면 전체 직물이 풀리게 된다"고 비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