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미국의 국제 방송을 총괄하는 미국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조직을 대폭 축소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영 김 의원은 3월 19일 내셔널 리뷰(National Review)에 기고한 글을 통해, “USAGM의 개혁은 필요하지만, 이 기관을 해체한다면 20세기 중반부터 중국 공산당, 김정은 정권, 크렘린, 아야톨라 등 억압적 정권들에 의해 탄압을 받아온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기관 해체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USAGM이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으로서, 단순한 방송 기관을 넘어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라는 미국의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해 온 ‘공공외교의 첨병’임을 강조했다. 그는 “USAGM 산하 플랫폼들은 권위주의 정권의 인권 탄압 실태를 폭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위구르어 서비스를 언급했다. 해당 서비스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재교육 캠프’에서 벌어지는 위구르족에 대한 감금과 박해 실태를 최초로 국제사회에 알렸으며, 이는 전 세계 인권 단체와 언론이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 의원은 “RFA의 위구르어 서비스는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유일한 위구르어 뉴스 매체로, 외부 정보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는 지역에서도 신뢰받는 정보를 꾸준히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RFA는 북한 강제수용소 내 인권 유린 실태, 코로나19 초기 중국 당국의 사망자 수 은폐, 대만을 겨냥한 허위정보 유포 등 민감한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왔다. 최근에는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합류한 정황을 세계 최초로 한국어로 보도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공적에 비추어 USAGM의 축소는 곧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 약화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나는 한국전쟁 직후의 폐허 속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 미군이 동네를 지나며 트럭에서 던져주던 네슬레 초콜릿을 보며 미국이 상징하는 자유를 처음 체감했다”고 회고한 그는, “오늘날 하원 외교위원으로서, 미국이 자유와 진실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전하는 공공외교 수단을 지키는 데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USAGM은 자유유럽방송(RFE/RL), 미국의소리(VOA), 중동방송망(MBN) 등 지역별 독립 매체를 통해 약 50개 언어로 매주 3억 명 이상의 전 세계 청중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을 해체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억압 정권 하에서 진실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에게 심각한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김 의원은 USAGM 내부의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지적하며, 개혁의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했다. 그는 “행정부가 연방 지출을 절감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USAGM의 운영 전반을 재검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일부 플랫폼이 본래의 사명인 자유와 민주주의 증진에서 이탈한 사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국의소리(VOA)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직원들에게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지 말 것을 조언했으며, ‘백인 특권’ 관련 논의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콘텐츠를 게시한 사례도 있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상황은 미국 내 언론 신뢰도가 역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한 지금, 공영미디어로서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단 31%만이 언론 보도에 대해 “상당한” 또는 “어느 정도”의 신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언급한 김 의원은 “지금 같은 때일수록 USAGM이 더욱 신뢰받는 공공미디어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관 자체를 해체하는 것은 그릇된 방향”이라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USAGM을 본연의 사명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