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단체 북한정의연대(대표 정베드로)는 중국에 거주하던 탈북 여성 2명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했으나, 현지 한국 영사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인해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여성은 40대와 50대의 탈북민으로, 각각 북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출신이다. 2010년대에 탈북한 후 중국 산둥성에서 거주하며 강제 북송의 위험 속에서 지내왔다. 이들은 대한민국으로의 입국을 희망하며 2월 23일 중국과 베트남 국경을 넘어 하노이를 거쳐 26일 호치민에 도착, 시내 호텔에서 대기 중이었다. 

북한정의연대에 따르면, 현지 활동가는 탈북민들의 이동이 시작되기 전인 2월 24일 대한민국 외교부에 연락해 이들의 도착 사실을 알리고 신속한 보호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주베트남 한국 영사관은 "이들을 보호하거나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어 "외부에 알리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으며, 이후 27~28일 탈북민들과의 연락이 두절됐다. 

2월 28일 북한정의연대는 대한민국 외교부 '한반도미래정책과'에 긴급 대응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국가를 믿고 기다리라"는 원론적인 입장이었다. 영사관은 3.1절 공휴일을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3월 11일 현재까지도 탈북민들의 소재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북한정의연대는 대한민국 외교부가 베트남 당국과 협력해 해당 탈북 여성들의 행방을 신속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베드로 대표는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외교부의 해외 탈북민 보호 의무 소홀을 드러낸 사례"라며 "향후 국정감사 요청과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