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꿈꿨지만 지금은 기독교 보수주의자
'운동권' 주류 이념은 '자유민주주의' 아니었다
이슬람 국가서 기독교인은 '딤미'... 전도 못 해
이대로 가면 한국 기독교인들도 그 처지 될 것 

많은 기독교인들이 "탄핵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가고 있다. 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으려는 걸까. 김진홍 목사(두레공동체)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청년에게 물었다고 한다. 

"자네는 어떤 이유로 추운 날씨에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그러자 청년은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위하여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대표적 탄핵 반대 집회인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도 "(우리나라) 전 영역에 국가를 반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며 "이번 기회에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굳히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올지 모른다"고 했다. 

이처럼 탄핵 반대 집회에서 나오는 구호와 메시지들을 요약하면 "자유민주주의 수호" "사회·공산주의 반대"다. 그런데 이것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정말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이들이 있을까? 이런 이념이나 체제는 이미 과거에 무너진 것들이 아닌가? 

황성준 한국보수주의학교(K-Con) 연구위원은 오히려 반문한다. 지금 시국에서 사회·공산주의화를 걱정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고. 그는 서울대학교 학생이던 시절 소위 '운동권'이었다. 마르크스주의에 물들었고, 사회주의 혁명을 꿈꿨다고 한다. 지금은 기독교 신앙에 힘입어 '보수주의자'가 되었지만, 과거 운동권의 주류 사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에게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현재 위기 가운데 있는 게 맞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80년대 초중반 소위 운동권의 핵심사상은 사회주의였고, 후반부터는 이른바 '주사파'가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오늘날 '민주화 운동'으로 포장돼 있지만 실체는 그러했습니다. 그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운동을 했던 이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단지 개인들에 불과했고 하나의 조직으로서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그런 운동권 출신들이 지금 정치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진출해 지도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황 위원은 말했다. 

물론 지금 회자되는 '사회·공산주의'는 고전적 의미의 그것은 아닐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공공' '공동체' '사회' '약자' '소수자'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가정'과 '성별' 등의 전통적 의미를 해체한다는 점에서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종교의 자유'도 위태로울 것이라고 했다. 

황 위원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인데 그 사상가들 중에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지식인들 사이에서 '김일성 만세'는 딱히 욕하지 않지만, '기독교인'은 경멸의 대상이다. 그만큼 이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다. 

황 위원에 따르면 이슬람 국가에는 '딤미'라는 용어가 있다. 그 나라에 살면서도 기독교 등 이슬람을 믿지 않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들에게 예배와 같은 그들만의 종교 의식을 허락해주지만 '전도의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황 위원은 대한민국에서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기독교인들도 마치 '딤미'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속적 인본주의 세계관'이 하나의 국교로서 그 지위를 누릴 것이고, 기독교는 지금과 같은 복음 전파의 자유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것. 

"지금도 이전처럼 마음대로 전도 못하고 있지 않느냐?" 황 위원은 목소리를 높였다. 

황 위원은 지금 시국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는 것이고 이 점에 있어서 교회는 분명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복지냐 성장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조선'이 망하고 '대한민국'이 세워졌지만, 그 체제와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는 사실 우리 민족에게 낯선 것이다. 만약 교회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사회·공산주의화가 되었을지 모른다고. 

"대학생 때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면서 많은 책들을 읽었고, 이 때문에 마치 이 세상 모든 이치를 깨닫게 된 것처럼 자만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아마 지식인이라는 자들 대부분이 그러했을 겁니다. 그들은 모순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자신이 고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더 좋아졌나요?" 

황 위원은 그러나 "인간은 죄인이고 나약한 존재"라며 "나는 경험으로 또 신앙으로 이것을 고백한다"고 했다. 이 사회를 '지상 천국'으로 만들려는 자들에게 날리는 그의 일침이다. 

한편, 황 위원은 사회주의의 모순을 깨닫고 그것을 추구하던 삶에서 벗어나, 지금은 '기독교 보수주의'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를 나왔고, 조선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월간조선 기자, 미래한국 편집위원,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