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솔리니 파시즘·히틀러 나치즘 등이 극우
개인보다 민족·집단 내세우고 폭력도 용인
최근 보수운동은 자유민주주의적 반극우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성향. 또는 그 성향을 가진 사람이나 세력."
국어사전에 있는 '극우'(極右, far-right)의 정의다. 그러면서 이 단어가 들어간 예시문을 제시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과 순수는 파시스트적인 극우를 방관하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출처: '한승원, 겨울 폐사')는 것이다.
이처럼 '극우'는 흔히 '파시즘'(fascism)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파시즘은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정치 이념으로 극단적 '민족주의'와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다. 독일의 나치즘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외 백과사전의 거의 대부분은 '극우'를 설명하면서 나치즘과 파시즘을 예로 든다. 이 둘은 역사에서 전체주의의 폭력성을 보여준 대표적 양상이었다. 이 때문에 '극우'는 '폭력'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최근 우리나라 시국에서 '극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주요 언론의 기사나 보도에 '극우 인사' '극우 집회'라는 말이 쓰이며, 심지어 '극우 목사'나 '극우 기독교'라는 표현도 종종 발견된다. 매주 토요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를 '극우 집회'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극우'라는 단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그런 말을 붙이는 개인과 집단, 운동 등과 관련해 거기에 정말 그런 말을 써도 되는지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환 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은 "극우는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파시스트운동이나 독일 히틀러의 나치운동처럼 역사적 맥락 가운데서 나온 표현"이라며 "그 주요 특징은 민족이라는 전체를 내세우면서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그 속에 함몰시켜버리고,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까지 용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원장은 "그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 극우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세력이 바로 북한 정권"이라며 "그들은 김일성 등 개인을 우상화 하면서 국가 전체를 하나의 집단화 해 개인의 가치를 묵살하고 미사일을 쏘며 극단적 폭력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는 보수 정치세력에 극우라고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극우의 역사적 의미에 비춰볼 때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며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판단해, 이를 비판하고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는 이들은 오히려 반극우이지 어떻게 극우인가"라고 했다.
김철홍 교수(장신대)도 "극우는 파시스트나 히틀러의 나치즘, 그리고 과거 천황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군국주의를 지칭하는 것"이라며 "오늘날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보수주의 운동을 극우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우라는 표현이 횡행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에 극좌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반증"이라며 "최근 이른바 '카톡 검열' 논란도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사석에서 농담으로나 주고받을 이런 극좌적 발상을 공개적으로 표출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얼마나 왼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명예교수, 한국정치외교사학회 전 회장)는 "폭력을 동반하지 않고, 단지 개인과 종교의 자유 등 자유민주주적 가치를 구호로 하는 세력을 극우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잘못"이라며 "현재의 '극우' 표현은 그야말로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