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내년에 걸쳐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범 교단적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 기독교 선교의 시작 시점을 두고 여러 해석이 있어 정확한 연도가 정해지지 않은 이유도 있다.
한국 기독교 선교의 기점에 대해 일부는 로버트 S. 매클레이 선교사가 1884년 7월 고종에게 선교 허가를 받은 시점이나, 같은 해 9월 호러스 N. 알렌 선교사의 입국을 기준으로 본다. 반면, 호러스 G. 언더우드와 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가 1885년 4월에 조선에 입국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 서양 선교사의 조선 입국 과정
서양 선교사의 조선 입국 과정은 다음과 같다. 1882년 조선은 미국과 체결한 한미수호통상조약을 계기로 이듬해 민영익 등을 포함한 보빙사(견미사절단)를 미국에 파견했다. 이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워싱턴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미국 감리교 선교 지도자인 존 가우처 박사를 만났다. 3일간의 대화 끝에 가우처 박사는 조선 선교를 결심, 같은 해 11월 미 감리교 선교부에 5,000달러를 기부하면서 요청한 조선 선교본부 개설이 공식 의결됐다.
이후 1884년 1월, 가우처 박사는 당시 일본 주재 미 감리교 선교사였던 로버트 S. 매클레이 목사에게 조선 선교를 요청했다. 그해 6월 매클레이 목사는 조선을 방문해 김옥균을 통해 고종에게 교육과 의료 선교를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했고, 7월에 선교 허가를 받았다. 이후 매클레이 목사는 요코하마에 조선 전도위원회를 설치했다.
같은 해 9월, 미 북장로교 소속의 알렌 선교사가 조선에 입국해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하며 한국 최초의 의료 선교를 시작했다. 이듬해 4월에는 요코하마 조선 전도위원회에서 한국어 학습차 체류 중이던 미 북장로교 언더우드와 미 감리교 아펜젤러 선교사가 조선에 입국해 본격적인 선교 활동을 전개했다.
▣ 한국 기독교 선교 시점에 대한 다양한 관점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측에선 매클레이 목사가 고종으로부터 선교 윤허를 받은 1884년 7월이 한국 기독교 선교의 시작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것이 알렌·아펜젤러·언더우드의 선교 활동을 위한 밑거름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상규 고신대 명예교수(역사신학)는 알렌 선교사가 1884년 9월 미국 북장로교 파송 선교사로 조선에 입국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는 매클레이의 조선 방문이 선교보다 조선 내 선교 가능성 타진을 위해 체류 기간이 2주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영근 장신대 교수(역사신학)는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목사 신분의 최초 복음 전도자로서 조선에 입국한 시점을 한국 기독교 선교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면서도, 제중원을 설립해 의료 선교 활동에 헌신한 알렌의 조선 입국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인섭 총신대 교수(역사신학)는 의료 선교 또한 복음 전도의 중요한 축임을 강조하며, 알렌의 입국을 한국 기독교 선교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교계에선 선교 시작 시점에 대한 논쟁보다는 한국에 복음이 전해진 것에 감사하고, 선교 140주년이 한국교회 부흥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을 이룬다.
▣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기념 관련 교계 행사
교계는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기념행사를 올해와 내년에 걸쳐 준비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은 오는 12일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한국교회 비전대회'를 개최하고, 내년도에는 한국 기독교의 대사회적 공헌과 향후 과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비롯한 다양한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4개 국내 주요 교단 교단장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MSKC)는 내년 2월에 기념 예배 및 포럼, 4월에는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부활절 연합예배를 계획하고 있다.
신평식 한교총 사무총장은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이 교계가 연합해 그간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공헌한 부분을 되짚고 과오를 반성하면서, 앞으로 한국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위해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