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Abstract)
우리에게 있어 죽음은 여전히 두렵고 그냥 애써 외면하고 싶은 사실이지만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분명히 거처 가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장례식을 간다는 말이 있다. 장례식을 가면 자신의 지난 삶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 내야 할지 큰 교훈을 받게 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해 이러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내면을 관찰하며 오늘의 삶을 정돈해 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이것이 바로 역설의 축복으로 시작하며 전개해 가는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의 독일 레퀴엠(Ein Deutsches Requiem, Op 45)이다.
필자는 이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 준비하던 것이 계기가 되어 개신교(Protestant) 예배자들에게 레퀴엠 장르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레퀴엠(Requiem)이라는 장르는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 이후에 자연스럽게 나타난 것이지만 중세 후기에 다성음악으로 만들어지면서 교회 예전과 더불어 공연예술로 보급되어 대중화가 되었다. 레퀴엠은 죽은 자들을 위해 드리는 미사로서 하나님이 그들의 영혼을 받아주시기를 기도하며 드리는 음악 예배 형식의 미사이다.
하지만 브람스의 레퀴엠은 전통적인 이 관념을 깨고 산 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들의 삶의 여정가운데 무한하신 하나님 앞에 진지하게 삶과 죽음을 질문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역설의 축복, 진정한 위로와 소망을 발견하게 된다. 브람스의 음악 선율은 그것을 담아내기에, 충분한 영성과 음악의 깊이가 심겨 있기에 그것이 가능한 것이다.
“신념의 본질이 무엇이든, 많은 사람들은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전통적인 레퀴엠과는 달리 산 자에게 위로를 주는 데 더 관심이 있다. 그렇기에 나는 기꺼이 '독일인'을 생략하고 '인류의'라고 간단히 쓰고 싶다.”
위 말은 브람스 자신이 독일 레퀴엠을 작곡하며 쓴 것으로 이 곡을 통해 그는 종교적 신념이나 배경과 관계없이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음을 암시한다.
필자는 브람스의 그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날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원수가 되어 전쟁의 고통 속에 있는 민족들에게 또 종교적 이해와 교리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라도 똑같이 브람스의 선율에 담긴 위로의 메시지를 알리고 싶다.
1. 서론 (Introduction)
중세 후기 이후부터 많은 작곡가들이 그 시대의 조류에 맞는 레퀴엠 장르를 발전시켜 왔다. 서로 다른 접근 방법들을 가지고 작곡을 하니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죽은자들을 위해 쓴 종교적 드라마에 중심을 둔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죽은 자를 위한, 그리고 죽은 자에 관한 의식이다.
이에 반해 브람스가 쓴 (Johannes Brahms, 1833-1897) 독일 레퀴엠(Ein Deutsches Requiem, Op 45)은 본질적인 목적이 산 자들에게 있었다. 그가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물론 다른 작곡가들처럼 죽은 자들을 기억하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작품을 쓰게 되었다. 그는 여러 번의 죽음을 바라보며 죽음에 대해,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 배경을 거울삼아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집중하게 되었다.
여기에 놀라운 것은 브람스는 레퀴엠을 쓴 여느 작곡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고민과 연구를 한 것이 있다. 그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12년의 세월동안 두 번의 시험 끝에 세 번째 최종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그 시간 동안 그가 전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를 도출하기 위해 성경을 깊이 탐구하며 그에 따른 신학을 기반으로 해서 작곡자 자신이 성경에서 모든 가사를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 가사를 가지고 작곡하여 가사와 음악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를 통해 작곡자가 전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나타내었다.
필자는 이를 추적하기 위해 먼저 일반적인 레퀴엠에 대한 이해를 다루려고 한다. 어떻게 레퀴엠이라는 장르가 미사(예배)에 시작되었으며 그 안에 담긴 가사(Text) 가 무슨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있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남겨져서 즐겨 연주되고 있는 레퀴엠 장르의 대표되는 작곡가들을 초대하여 그들의 작품성향과 동기를 서술하려고 한다.
이어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작곡자 브람스의 삶을 개론하고 그가 레퀴엠을 쓰게 된 동기와 작품의 특징을 서술한다. 그리고 그가 사용한 가사(Text) 가 어떠한 신학적 사고와 배경을 가지고 성경에서 가사를 도출해 내었는지 알아내려 한다. 연결하여 작곡 구조(Structure)를 서술하고 이 작품이 개신교 예배음악에 미친 영향을 나누려고 한다. 어어 결론으로 레퀴엠은 개신교 교회음악에 적합한 장르인가? 라는 질문에 필자의 소견을 피력하며 이야기를 종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