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 있다 보면 하루에 꼭 한 번씩 낮에 방문하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우체국 차입니다. 주로 점심 전에 방문하는 것 같은데요, 교회 메일박스에 여러 우편물을 넣고 돌아갑니다.
과거 팬데믹 때는 매 주일 주보 발송을 해야 해서 우체국을 자주 이용했고, 감사와 기도의 제목이 담긴 리턴 메일도 자주 확인했는데 요즘은 주로 광고 메일과 공과금 메일이 주로 옵니다.
예전에 쪽편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공책을 찢어 꼬깃꼬깃 반복해서 접다 보면 손가락에 잡히는 작고 예쁜 쪽편지가 됩니다. 건너 반 아무개를 좋아한다는 러브 레터를 써서 직접 전달하기 쑥스러워 친한 친구가 용기 있게 건너가 아무개에게 전달하며 설명을 해주기도 하는 걸 본 기억들이 있습니다.
"옆 반 순이가 너를 좋아한데~ 하늘만 봐도 네 생각이 날 정도라고 하니까~ 네가 좀 그 마음 좀 알아줘~" 꼬깃 접은 쪽편지를 펴보면 떨리는 글씨와 함께 풋풋한 고백과 여러 개의 하트도 보입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쪽편지의 전달자입니다. 그가 어떻게 잘 순이의 마음을 철이에게 설명해 주냐에 따라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끝나기도 합니다. 순이의 진심을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그녀의 말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것보다 조금 두꺼운 쪽편지를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속마음이 담긴 아름다운 쪽편지 들입니다. 받은 것을 세어보니 한두 개가 아니라, 66개나 됩니다. 밤새 읽다 보면 그 마음이 느껴져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합니다.
이 편지를 작성해 주고, 전달하고 설명해 주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바로 우리 성령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성령님을 우리에게 보내셔서 하나님의 깊은 속마음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성령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며 이 성경이라는 편지를 읽으면 우리 마음이 마치 하나님이 내 귀에 직접 말씀하시는 것처럼 생생하게 내 영혼에 들립니다. 오늘은 교회력으로 성령강림 주일입니다. 약속하신 성령님께서 교회들에게 찾아오신 날입니다.
66권의 편지를 들고, 하나님의 깊은 속마음을 우리에게 전달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분을 통해 읽히는 성경 편지는 그분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더 선명하게 우리 영혼에 들리고 보입니다. 성령 하나님과 함께 아버지의 속마음을 확인하시는 한 주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민규 칼럼] 쪽편지를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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