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미주 각 지역에서 성실히 목회하고 있는 교회들을 돌아보고 한인 목회자들의 고군분투기를 기록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한인밀집 지역이 아닌 도시에서 열정을 쏟고 있는 목회자들을 우선적으로 만나 보도한다. 네번째 순서로 라스베가스 필그림교회 남덕종 목사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라스베가스의 한인들은 대부분 타주에서의 생활을 경험했던 이들이다. 미국 이민에 바로 유입되는 경로가 아니다 보니 타주에서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한인들도 많다. 힘든 이민생활 중에 마음이 거칠어져 있기도 하고 교회를 중심으로 미국에 정착하던 기존의 한인들과는 다른 생활양식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운데 라스베가스에서 제자훈련을 통해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워가는 교회가 있다.
라스베가스 필그림교회 남덕종 목사는 2013년부터 필그림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교회는 지난해 10주년을 의미있게 보내고, 올해 11년차를 맞아 힘찬 사역을 펼치고 있다. 필그림교회는 한국식 제자훈련을 라스베가스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교회이기도 하다. 한국과 전혀 다른 목회 토양에서 제자훈련으로 성도들을 키워내는 교회가 되기까지 남 목사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인천에서 각각 교회를 개척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의 첫 개척은 저에게 여러모로 큰 도전이었습니다. 한국과 같이 담임을 크게 존중해주는 문화도 아니었고 오히려 목회자는 성도들을 하나하나 돌보고 섬기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목회자가 주로 섬김을 많이 받았지만 여기서는 목회자가 성도들을 오히려 낮은 자리에서 섬겨야 하는 위치였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이런 부분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는 진정으로 성도를 섬기는 직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 목사가 라스베가스에 처음 온 것은 2007년이다. 이 때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던 것이 첫 개척목회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2013년 북미주개혁장로교회(CRC) 소속의 한 교회와 합병했고, 이후 필그림교회 담임으로 현재까지 교회를 성실히 이끌어가고 있다. 교회는 11년이 됐지만 남 목사로서는 라스베가스에서 2007년 교회를 개척한 이후 줄곧 한 교회에서 17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개척교회만 맡아 사역했던 남 목사는 한국과 미국의 목회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에서 10년간 목회를 했지만 이민교회는 마음 밭이 많이 다른 곳이었습니다. 특히 라스베가스는 마음의 상처가 있는 분들이 많았고 그렇다 보니 목회에 있어서도 성도들이 민감하고 예민한 부분들을 잘 보살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상처들을 잘 돌보고 보듬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개척 초기부터 성도들 한 분 한 분을 섬기기 위해 노력하면서 목회자와 성도간의 관계성이 돈독 해졌고 제자훈련을 그 바탕 위에 접목했기에 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남 목사가 라스베가스를 오게 된 배경은 다소 독특하다. 친구 목사가 펼치고 있는 아프리카 선교사역을 전적으로 돕기 위해 가족들을 아프리카로 가게 했는데, 친구 목사가 아프리카 선교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비워서 돕던 사역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상황도 문제였지만 당시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두 딸들은 한국으로 다시 와서 다닐 학교가 없었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미국행을 결정했다.
처음 남 목사의 미국에서의 목회는 라스베가스의 여느 다른 한인교회들보다는 사정이 나아 보였다. 집에서 드리던 예배가 상가교회로 옮겨간 후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진 성전으로 이전을 했다. 교회를 꾸준히 찾는 새로운 성도들이 있었고, 예배팀도 특별히 잘 훈련이 되어서 당시 지역에서는 최고의 장비와 팀원을 갖춘 찬양팀이 꾸려졌었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체험하게 하기 위해 전적인 사역의 초점을 예배에 맞추던 시기였다. 또 한국에서처럼 성도들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공동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목형 목회를 하던 때였다. 모든 사역들이 순조롭게 계속될 것 같았지만 이후 뜻하지 않은 두번의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교회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무리를 형성해 교회를 어지럽게 하고 성도들 몇몇과 규합해서 나가는 일이 두 번이나 연달아 발생한 것이다.
“예배도 은혜가 있었고 잘 사역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성도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교회의 혼란을 극복하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더욱 신앙 안에서 견고히 세워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것이 제자훈련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본격적인 제자훈련이 도입된지 3년, 현재 필그림교회는 예배도 회복됐고 여기저기서 훈련의 결실들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제자훈련 도입에 있어 시행착오도 몇 차례 있었다. 라스베가스 한인들이 너무 바쁘고 마음 밭이 달라서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걱정과 그래도 반드시 제자훈련을 자리잡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럴수록 제자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남 목사의 생각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확고해졌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 제자훈련은 필그림교회의 중심적 사역으로 자리잡았다.
“제자훈련이 자리잡기 전까지 어려움은 많았지만 저는 그 때마다 하나님이 저를 제자훈련을 위해 이 사람들에게 보내셨다고 확신을 했습니다. 제자훈련은 성도들을 영적 리더로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리더로서 사역을 위임 받아 담임목사와 함께 사역을 해 나가고 더욱 사역을 확장해 가는데 제자훈련의 목표가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짜 제자가 되면 영적인 선한 영향력을 주변에 끼치게 되고, 그렇게 될 때 교회와 한인들간의 접촉점이 잘 없는 라스베가스에 복음이 더욱 잘 뿌리내리게 될 것입니다. 라스베가스의 대부분의 한인들이 타주에서 유입되는데, 이들 안에는 굳이 교회 중심적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라스베가스 선교에 있어 복음의 접촉점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집에서 예배를 시작해, 상가교회로 옮기게 되고, 현재의 아름다운 성전으로 자리잡게 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남 목사는 “다 주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그간 어려운 과정들이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필그림교회는 교회의 본질적 사역을 붙들었고 그렇게 교회 내외적인 요인들도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남 목사의 설명이다. 현재 필그림교회는 그동안 못했던 선교사역에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다. 교회의 재정적 안정이 찾아온 이후 본격적으로 선교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교회 내적으로 이제 자리를 잡았다면, 다른 방향으로 성도들을 가르쳐줘야 하는데 그것이 선교라고 판단해 현재 7개 선교지를 집중해서 육성하고 있습니다. 선교지를 후원하면서 가까운 곳에는 단기선교를 떠나는데 하나님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주시는 것을 느낍니다.”
가까운 멕시코의 경우 물품을 직접 들고 가서 사역하기도 하고 교회 건물 건축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토론토 큰빛교회 원로 임현수 목사와는 아마존 떼페공동체 선교를 협력하게 됐다. 임 목사를 초청해 교회에서 행사를 가졌는데 임 목사가 북한에 억류되기 전 마지막 사역지도 아마존이었고, 자유의 몸이 된 이후에도 처음 찾아간 곳이 아마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아마존 선교를 위해 서로의 뜻을 모으게 됐다. 이외에도 필그림교회는 현재 선교사역으로 니카라과에는 선교도서관을 세우는 일에 협력하고 있고, 필리핀도 선교사를 통해 미션스쿨을 돕는 사역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열심보다는 방향을, 속도보다는 목적을 우선시하는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 성장보다 본질이 먼저고 건강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본질을 붙들고 건강하면 성장은 덤으로 주시는 것, 그것이 필그림교회의 성장관입니다. 그리고 성장의 목적과 방향은 ‘주는 데’ 있어야 합니다. 우리끼리가 아니라 교회가 성장하고 성숙한만큼 지역을 섬기고 세계를 섬긴다면 하나님께서는 라스베가스 복음화 뿐만 아니라 세계 복음화를 위한 아름다운 사역공동체로써 필그림교회를 세워 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