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h
(Photo : https://pixlr.com/)

행복/ 시바타 도요

이번 주는
간호사가 목욕을
시켜 주었습니다

아들의 감기가 나아
둘이서 카레를
먹었습니다

며느리가 치과에
데리고 가
주었습니다

이 얼마나 행복한 날의
연속인가요
손거울 속의 내가
빛나고 있습니다.

   이시는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많은 작품과 시를 남긴 시바타 도요의 시입니다. 시를 쓰기 시작할 때에 이미 거동이 불편한 고령이었지만 밝고 유쾌한 시를 남겼습니다. 그녀의 탁월한 긍정적인 마음과 유머 감각이 녹아난 시를 썼습니다. 이 시 <행복>은 90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 시인이 누리는 일상의 행복을 그리고 있습니다. 담담한 언어로 아름다운 행복을 그려냅니다.

   시인 시바타 도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시가 <약해지지 마>라는 시입니다. 이른바 그녀의 대표시인데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짧은 시입니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병약한 노(老)시인이 약해지지 말라고 응원합니다. 시바타 도요는 아주 평이한 일상의 언어를 시어로 옷 입혀서 감동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시인입니다.

   <행복>에서 시바타 도요는 유약한 삶에서 누리는 참 행복을 소개합니다. 시인은 행복 찾기에 천재입니다. 1연에서 시인은 간호사 도움을 받아야 목욕이 가능한 현실을 불평하지 않고 간호사의 도움, 목욕을 즐기는 일상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2연에서 감기가 나은 아들과 카레를 먹고 행복합니다. 감기에 나은 것도 카레를 먹는 것은 평범한 일이지만 시인은 행복에 젖어 듭니다.

   3연에서 시인은 며느리가 치과에 데리고 가 주었기에 행복합니다. 좀 세밀하게 살펴볼까요? 시인은 며느리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치과에 갈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며느리가 동행해 주어서 행복합니다. 3연을 읽으며 시인은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시인은 범사에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4연의 1행과 2행(이 얼마나 행복한 날의/ 연속인가요)에서 시인은 모든 것이 행복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이 이 시의 주제 구절이라고 봅니다. 행복 가득한 시인의 일상, 행복을 말하는 시인의 마음과 시어가 부럽습니다.

   4연의 3행과 4행에서 행복한 사람의 시선을 근사하게 노래합니다. 시인은 손거울 속의 내가/ 빛나고 있다고 노래합니다. 이 시의 클라이맥스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사람의 시선은 행복을 봅니다. 90세를 훌쩍 넘긴 자신의 얼굴을 빛나게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시인은 행복합니다. 범사에 만족하고 범사에서 행복을 누리는 시인을 닮고 싶습니다.

   이 시를 감상하면서 시바타 도요의 탁월한 행복 감수성이 부러웠습니다. 아울러 이런 시를 쓴 시인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가 신앙도 없는 그녀의 행복을 부러워 하는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시 <행복>을 읽으며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라!”라고 가르친 성경 말씀을 생각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묵직한 돌직구를 날리는 시입니다.

   시바타 도요는 남편이 죽은 후 시인이었던 아들의 권유로 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99세인 2009년 10월 자기 장례비용으로 모아 둔 돈으로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판했습니다. 그녀의 첫 시집은 대단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 속의 유머 감각과 긍정적인 태도가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100세 되던 2010년 대형 출판사 아스카신샤가 삽화와 작품을 추가해 총 42편이 수록된 시집을 다시 펴냈습니다. 시집은 만부만 팔려도 성공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158만 부가 팔렸습니다. 세계 여러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시바타 도요의 시는 아주 쉽습니다. 평범한 언어와 감성으로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시는 더 좋은 것은 90세가 지나서 시작을 연습하고 99세에 시집을 낸 도전 정신입니다.

   그녀의 열정과 도전 그리고 그녀의 시적 감수정이 부럽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행복 감수성이 부럽습니다. 103세에 노환으로 별세할 때까지 시 작업은 계속되었고 그녀의 시집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2013년 1월에 세상을 떠난 그녀의 시를 지금도 많은 사람이 감상하고 있습니다. 그녀처럼 시를 쓰고 그녀처럼 행복하고 싶어 그여 시를 읊조립니다.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대표, 시인 수필가)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대표, 시인 수필가)
월드쉐어 USA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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