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문 목사 (달라스 생명샘교회)
안광문 박사와 함께 하는 신학산책

즐겁게 떠나는 에베소서 일주 여행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오네시모는 주인인 빌레몬에게 재정적인 손해를 입히고 도망쳤습니다. 도망친 노예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살 수 있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사는 대도시 로마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네시모는 로마로 도망갔고 마침 로마에 죄수의 몸으로 왔던 바울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됐을 것입니다. 바울은 오네시모에게 복음을 전하였고, 오네시모는 바울이 전한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바울과의 교제를 통해 성숙한 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바울은 오네시모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을 것입니다. 바울은 오네시모에게 돌아가라고 권면했을 뿐만 아니라 이런 오네시모를 받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담은 편지를 빌레몬에게 썼습니다. 이 편지가 바로 빌레몬서입니다.

빌레몬이 살았던 곳은 골로새였고, 빌레몬은 골로새 교회의 리더이기도 하였습니다. 바울은 이단의 문제 가운데 있었던 골로새 교회를 위한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이 편지가 바로 골로새서입니다. 바울은 오네시모 혼자 보내지 않았습니다. 혹시 오네시모가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바울이 오네시모와 골로새로 보냈던 사람이 두기고였습니다 (골 4:7).

두기고는 아시아 사람이었습니다 (행 20:4). 아시아는 어디일까요? 한국, 중국, 일본 같은 나라가 있는 동아시아를 말하는 걸까요? 여기서 아시아는 에베소를 중심으로 하는 소아시아를 의미합니다. 손상원 교수는 아마 두기고는 에베소가 고향이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거기다 에베소는 로마에서 골로새로 갈 때, 골로새에서 로마로 돌아올 때 지나가야 하는 도시였습니다.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보내는 편지도 썼을 것이고 이 편지를 두기고 편에 보냈을 것입니다 (엡 6:21). 이 편지가 에베소서입니다. 이렇게 보면 지난번에 다루었던 에베소서가 골로새서와 매우 비슷하고, 따라서 에베소서의 저자는 바울이 아니라 바울 후대 사람 중 골로새서를 외우고 있던 사람이 골로새서의 영향을 받아서 에베소서를 기록했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바울이 에베소서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학자들은 로마서나 갈라디어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바울 신학의 중심은 "이신칭의"이나 에베소서에서는 2장 8절을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이신칭의" 신학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Lincoln은 바울은 주로 예수의 십자가에 대해 강조하고 있지만 에베소서는 2장 16절을 빼면 예수의 십자가에 대해 다루지 않고 예수의 부활, 승천, 우주적 주재권에 대해서만 다룬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Lincoln의 의견이 맞다고 해도 바울 서신에서 신학과 에베소서의 그것이 대립적이거나 모순적이지는 않습니다. 한쪽은 구원론, 다른 쪽은 교회론에 대한 말씀이라고 본다면 상호 보완적입니다.

또한 대부분 학자가 바울 저작을 인정하는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의 기록 시점이 바울 사역 초기라는 점에서 에베소서 기록 시기와는 시차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Lincoln의 주장처럼 양쪽 간의 신학적 차이는 다른 저자 때문이 아니라 기록 시기가 다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 에베소서 기록 목적상 예수 십자가의 고난보다는 예수의 우주적 주재권을 더 강조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에베소서가 바울 서신과 신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바울이 에베소서의 저자가 아니라고 확언할 수 없습니다.

Gorman은 20-30% 정도의 학자들만이 바울이 에베소서를 썼다고 인정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신약학자들 중 70-80%는 바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에베소서를 기록했다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Lincoln은 이전에는 바울이 에베소서를 기록하였다는 의견에 동의했지만 연구를 할수록 바울의 다음 세대, 즉 1세기 후반이나 2세기 초 바울의 제자나 추종자가 기록했다는 의견에 기운다고 말합니다. Gorman은 에베소서, 골로새서, 빌립보서에서 감옥에 갇혀 있는 바울이 이 편지를 쓰고 있다는 말한 점과 에베소서와 빌립보서에서 두기고를 통해 소식을 전한다는 점 (엡 6:21-22; 골 4:7-9, 16)을 볼 때 바울이 에베소서를 썼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에베소서 저자가 누구라는 사실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손상원 교수는 서신서는 그 서신서를 기록한 사람의 신학과 사상, 그 당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바울이 아닌 바울의 제자 또는 제3의 인물이 에베소서를 썼다면 에베소서는 바울의 배경이 아니라 바울의 제자나 제3의 인물의 배경을 담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Bruce는 만약 바울의 제자 중에서 바울의 이름을 사용해서 에베소서를 기록했다면 "모든 성도 가운데서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엡 3:8, 새번역) 같은 표현을 쓸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손상원 교수는 바울의 제자나 제3의 인물이 에베소서를 썼다는 주장은 에베소서의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한 계략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바울이 에베소서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에베소서는 바울 신학, 특히 교회론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달라스 생명샘 교회 안광문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