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 고모할머니께서 종종 종가인 우리 집에 오셨습니다. 종손인 저를 귀여워해 주시며, 옛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지금도 어린 시절에 들었던 죽었다가 소생한 사람의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전염병으로 죽은 어떤 사람의 시체를 묻으려고 지게에 지고 가다가, 언덕에서 쉬는 중 지게가 흔들리고 사람이 움직여서 동네 사람들이 놀라 도망했다가 후에 전해 들은 저승 이야기입니다. 소위 ‘임사체험’(NDE: near-death experience)의 오래된 사례를 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들었습니다.
신앙을 가지게 된 이후로 영적 호기심을 가진 저는 임사체험을 다루는 여러 종류의 책들을 읽었습니다. 플라톤의 『공화국』 마지막 권에 나오는 임사체험 이야기를 비롯하여 『죽음 저편』, 『사후생』, 『죽음의 저편에서 나는 보았다』 등 여러 권입니다. 최근에는 7일 만에 뇌사에서 살아온 하버드 신경외과 의사의 임사체험을 그린 『나는 천국을 보았다』라는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두뇌 과학자인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 III)는 죽음 저편을 경험하기 전까지 철저히 경험과학적인 차원에서 임사체험을 다루었습니다. 그는 모든 환상, 영적 체험과 임사체험과 소생을 뇌에서 발생하는 기능으로 즉 “과학적 환원”이란 관점에서 파악하고 설명하려 했습니다.
이븐의 입장이 변한 이유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임사체험과 소생 때문입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과학과 인생과 종교를 새롭게 보는 시각을 획득하였습니다. 그가 기적에 가까운 뇌사 상태에서 육체뿐 아니라 영적인 시야가 열리는 체험하고 난 이후, 그는 오히려 임사체험을 연구하였습니다. 기적을 경험한 그는 인생을 더욱 진지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이나 정신세계가 물질이나 과학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과학적 세계관으로만 하는 인간 연구는 ‘자신을 골방에 가둔 채로 연구’하는 편협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임사체험과 소생을 경험하여도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닙니다. 부활은 소생과는 다릅니다. 예수님은 완벽한 죽음을 체험하셨습니다. 그는 온몸의 상처와 십자가의 고통으로 체액을 다 쏟으셨고, 소생의 소망은 전혀 없었습니다. 정강이뼈를 꺾지 않을 정도로 일찍 돌아가셨음을 로마 군인도 알았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임사 체험자의 소생 정도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육체의 변화를 동반합니다. 죽음에 떨어지지 않는 영원한 육체, 변화된 육체, 영광스러운 신체를 덧입는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 소망은 소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변화된 육체로 영원하게 사는 예수의 부활에서 나옵니다. 예수의 부활은 우리가 맞이할 부활의 첫 열매입니다.
임상적으로 죽었다가 빛과 영광의 천국을 체험하고 돌아와서 한 이야기도 우리가 무시하지 않는다면, 완전히 죽었다가 살아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의 체험은 우리에게 얼마나 귀중한 가르침을 주시는지요. 예수님의 말씀뿐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 부활과 승천 그 자체가 궁극적인 계시이자 우리의 소망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주시는 소망은 우리의 영ㆍ육의 구원, 영원한 구원, 하나님을 대리하여 땅을 다스리는 자로서의 회복과 완성, 영광의 육체를 가지신 예수님과 같이하는 위안, 그와 함께 보좌에 앉아서 왕노릇하는 찬란한 미래, 하나님의 통치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즐거움, 대적 사탄과 그의 악령들로부터 벗어나 승리를 향유하게 된다는 미래가 곧 우리의 영광스런 소망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