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연구해보면 하나님께서는 의외로 우리의 기억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출애굽 이후, 하나님은 여러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인도하여 내실 때에 네가 목도한 큰 시험과 이적과 기사와 강한 손과 편 팔을 기억하라. " (신 7:19) 하나님께서는 요단강을 건너는 와중에 돌을 가져다가 지파 별로 보관하게 했고, 제사장의 발이 선 장소에도 돌 12을 세워 표징이 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하나님과 그 분의 은혜를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밖에 드러난 결과와 성취에 도취하여 인간을 칭찬하고 자랑하던지, 또는 반대로 과거 하나님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쉽게 두려움에 빠지곤 합니다.

지난 주, 우리 교회 창립 멤버 중의 한 가정이 창림 10 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교회 교역자들을 해변가의 아름다운 비치하우스로 초대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해변가는 우리 교회가 처음 3번의 침례식을 가졌던 장소이었으며, 우리가 머물렀던 비치하우스는 그 침례식 장소 바로 앞이었습니다. 해변가를 따라 산책도 하고 묵상도 하며, 저는 우리 교회가 처음 시작되던 당시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침, 우리들을 초대한 그 가정은 교회 초기의 모임들을 비데오 녹화한 테잎들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그 가정이 그렇게 우리가 모일 때마다 비데오 녹화를 했다는 사실도 몰랐을뿐더러 그 테잎들을 그 날 처음 보았습니다. 정말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학교에서 예배드리던 시절, 송구영신 예배 때, 학교가 문을 닫기에, 태권도장을 빌려서 예배드리던 일, 그 곳에 주방 시설이 없어서 좁은 복도에서 개스 풍로를 가져와 떡국을 끓이던 일등이 생생하게 녹화되었습니다. 어쩐지 엉성해 보이고 세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지만, 그 곳에는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간절한 목마름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그 때에 비하면 많이 세련되어졌고 자란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그 비치 하우스에 머무는 동안,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메시지는 분명하였습니다. “ 너는 기억하라.” 저는 그 추억의 해변가를 바라보며 성령님께 계속하여 여쭈었습니다. “ 무엇을 기억할까요?” 그러면서 우리 교회가 세워질 때 주신 이사야 60:1-3 의 말씀이 새롭게 묵상이 되었습니다. 열방과 열왕이 나아오는 교회, 사면에서 사람이 몰려오는 교회를 이루시겠다는 약속이었지요. 그런데 그 이유는 교회위에 하나님께서 나타나시고 하나님의 영광이 임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교회 성장이나 부흥의 근본적인 역사는 하나님의 임재이며,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뜻이지요. 그 묵상과 함께 다윗 왕이 언약궤를 모셔오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금수레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했던 다윗도, 왕이 되고 형편이 나아지자 세상의 풍속을 좇아 금수레에 하나님의 궤를 모셔오고자 시도했으며 이로 인하여 큰 변을 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조용한, 그러나 강력한 깨달음이 제 가슴에 부딪쳐왔습니다. “ 딸아, 갈보리 교회의 성장과 부흥은 나의 임재와 나의 영광이 함께 했기 때문임을 기억하라. 교회 부흥을 위하여 혹시라도 세상의 유행을 따라 금수레를 교회 안에 도입하지 말거라. 인간적인 프로그램이나 행사, 인간적인 재능이나 교회의 시설이 부흥을 가져온다고 착각한다면, 나의 영광은 너희와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너희가 할 일은 나의 임재와 나의 얼굴을 구하며 나의 영광만을 사모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 영광을 너희에게 줄 것이며, 내가 나의 교회를 영화롭게 할 것이다.”

깊은 깨달음과 함께, 제 심령에는 새로운 각오와 감사와 기쁨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과거를 돌아보고 기억한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임을 실감했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창립 기념일 다음 주에는, 이 곳으로 우리 교역자들을 초대하겠다는 감사한 제안을 뒤로 하며, 아쉬움 속에 추억의 해변가를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