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여름 날씨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저는 푸른색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푸르다는 말에는 청색과 녹색이 모두 포함된 것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쾌청한 하늘과 산과 마을을 감싸는 푸르른 나무들이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겨울에는 왠지 회색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가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늘 하늘을 덮은 회색 구름과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우리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시애틀의 커피가 이처럼 다양한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모처럼 며칠 전에는 눈이 왔습니다. 회색의 땅, 회색의 하늘을 너무나 하얀 눈이 덮고 나니 많이 쌓이진 않았지만, 목요일 저녁 목양실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새하얀 세상이었습니다.
몇몇 성도님들이 새벽예배를 걱정하여 교회 입구에 나트륨을 뿌리고, 저도 눈이 오면 교회까지 운전이 어려워서 고민하다가 미리 새벽 설교를 전날 밤에 녹화하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하얀 눈의 교회 앞길을 걸으며 날씨는 추웠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회색보다는 흰 눈이 낫다고 생각하며 하늘을 보니 눈이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마치 하나님 은혜가 임하는 것 같았습니다. 신년 특새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 말이지요.
하나님께서 매주 아니, 매일 이렇게 은혜를 내려주시기를 기도하면서, 또한 신년을 맞이하여 주신 신년 말씀 성회에도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있기를 소망해 보며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우리 교회에 말씀의 은혜가 있기를, 찬양의 은혜가 있기를, 섬김의 은혜가 있기를, 예배당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의 마음의 죄가 이 흰 눈보다 더 희게 씻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제 돌아오는 금요일부터 말씀 성회가 시작됩니다. 신년특새의 은혜를 이어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기회입니다. 모든 성도님들이 함께 시간을 내어 참여하시고, 기도로 준비하셔서 새해에 우리 교회에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교회 앞에서 기도가 끝나고 나니 제법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이번 주일에 성도님들이 예배의 처소에 오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현실적 고민이 들어, 하나님 이제 눈을 멈춰달라고 투정을 부리며 목양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