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상 이후 제 아버지께서 저희 집을 방문하셨다가 일정을 마치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하루는 오전에 교회를 출근하면서 아내와 아버지가 담소를 나누는 뒤로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섰는데, 몇 시간 뒤 점심을 위해 다시 돌아왔는데 아직도 그자리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으신지, 원래 제 아버지가 그렇게 담소를 좋아하셨는지 기억을 더듬게 될 정도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어머니의 빈 공간을 가족들과의 대화로 채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아내 뿐 아니라, 저와 손자들과도 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예전에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지만, 어머니가 안 계신 공간이 생기면서 그곳은 가족들과의 만남과 대화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희는 정녕 죽으리라". 불순종하며 선악과를 먹은 인간에게 주어진 선고였습니다. 그 후 육신은 당분간 살아있었지만, 영혼은 그 즉시 죽었습니다. 하나님이 떠난 인간의 영혼에 너무나 큰 빈 곳이 생겼습니다.
인간들은 철학, 예술, 돈, 명예 등을 통해 그 빈 곳을 채우려 했지만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과거에 그렇게 살았지만, 이제는 그 공간을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아주 친밀하고, 부드러운 그분의 음성으로, 때론 날카로운 그분의 교훈으로, 때론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때론 울부짖는 애통으로 어떤 형태로든 거듭난 성도는 그 공간을 하나님과의 만남으로 채워야지만 만족함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나님과의 그 은밀한 만남을 우리는 예배라고 부릅니다. 거기서 내 영혼의 여백이 채워지고, 목마름이 해갈됩니다. 2024년 새해 첫 주일을 맞았습니다.
제 목회의 신년 키워드를 '예배'로 잡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날 때, 오직 그때만 살면서 경험하는 상처, 아픔, 눈물, 통한, 후회의 구멍으로 인해 비어진 영혼이 다시 새롭게 채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배는 축복이며, 기회이며, 생명입니다.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만난 인생은 반드시 후회함이 없는 새해를 살아 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의 외침이 들리는 듯합니다. "너희는 오늘 그분의 음성을 들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