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노래 - 박목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 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 두고 홀로 울리라

아 ~ 아 ~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박목월 시인
박목월 시인

박목월 시인이 중년이었을 때 제자인 여대생 H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고 제주도로 갔습니다. 가정, 명예, 서울대 교수 직을 버리고 홀연히 도피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그가 제주도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 남편을 찾아 제주에 갔습니다. 머리채 잡는 난투극 대신. 두 사람에게 ‘힘들고 어렵지 않냐’며 돈 봉투와 추운 겨울 지내라고 두 사람의 겨울 누비옷을 손수 지어 건네고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박목월과 H양은 그 모습에 감동하고 아파하며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H양의 아버지가 내려와서 딸을 설득했습니다. 아버지의 설득 끝에 대학생은 아버지를 따라가기 위해 부두로 갔습니다. 그 여인이 떠나기 전날 밤에 이벼릐 노래를 썼습니다. 그 이별의 쓸쓸함이 묻어나는 명시는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떠나가는데 박목월은 목석처럼 서 있습니다. 떠나는 배가 작은 점이 될 때까지 배를 응시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 진지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목월의 친구 양중해 시인이 시를 남겼습니다. 중학교 국어교사로 있던 양중해 시인은 집에 돌아와 시를 씁니다. 그 시가 떠나가는 배입니다. 시인은 이별조차 문학적입니다.

떠나가는 배 - 양중해 著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원히 잊지 못할 임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날 바닷가에 홀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boat
(Photo : pixlr.com)

박목월의 일탈이 인구에 회자하는 시 두 개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박목월의 사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이런 일탈을 극복하고 신실한 신앙인으로 거듭났습니다. 물론 어머니 박인재 여사의 기도와 아내 유익순 장로의 기도 응답이다. 목월의 유고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에 그의 아름다운 신앙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향토와 삶의 향기가 담긴 청록파 박목월의 시들을 사랑합니다. “나그네“ ”산이 날 에워싸고“는 늘 외우는 애송시입니다. 그러나 지난 호에 소개한 ”오른편“ 등 귀한 신앙시가 많습니다. 60쯤 되어 신앙의 눈을 뜬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개안”이나 어머니의 유품 성경에서 깨닫는 말씀에 감동받아 쓴 “어머니의 언더라인” 등등 주옥같은 시입니다. 안타깝게도 목월의 유고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은 품절입니다. 이 시집을 찾아 중고서점을 방문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끝으로 그의 회개를 담은 시 “돌아보지 말자”를 나눕니다. 하루에도 나는/ 몇 번이나 소금기둥이 된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다짐하면서…./ 세상의 유혹에 이끌려서/ 나는/ 뒤를 돌아본다// 이 시에 공감못할 신앙인이 얼마나 있을까요? 향토와 인간의 향기를 전하던 청록파 시인 박목월은 말년에 천국의 향기와 예수의 향기에 흠뻑 젖은 시들을 남겼습니다. 우리도 이런 고백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대표, 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