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교회들은 감사를 주제로 메시지를 전하고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 가운데 있는 감사의 조건들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올해는 내게 '이것'을 주셔서 감사하고, 또 '저것'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진정한 감사는 이렇게 감사할 조건들을 찾는 것일 수 없습니다. 진정한 감사는 소유와 누림이라는 '조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서있는 영적 자리에 대한 분명한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누리게 되었기 때문에 감사한 것이 아니라, 심판 받아 마땅한 인생이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 때문에 천국 소망을 누리게 되었다는 깨달음,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그러한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자신을 끊을 수 없다는 '은혜'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진정한 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어제, 리사 자매의 장례 예배를 인도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 불과 49살, 그리고 그중 9년을 병과 싸우며 4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어야 했습니다. 자매가 St. Joseph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심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힘들어 하는 자매에게 복음을 전하고 기도했을 때, 자매는 예수님께 자신의 삶을 의탁했습니다. 그리고는 몇 년이 지나 장례 예배에서 그녀의 언니 모린 자매의 조사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언니에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면서, 자신이 다시 눈을 떴을 때 먼저 가신 아버지와 만날 것을 소망했다고 했습니다. 결코 길지 않은 믿음의 여정이었지만, 예수님은 그런 리사 자매에게도 영원한 소망을 선물하신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들이 기억해야 할 은혜에 대한 감사인 것입니다.
교회 마당을 뒹구는 낙엽을 보면서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늘 바쁘고 분주한 삶을 살다가도 낙엽을 보고 있으면 시간에 관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고, 푸르를 때가 있으면 색이 바래 떨어질 때가 있고... 자신만은 늘 푸르를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낙엽은 이제 곧 그 빛이 바랠 때가 온다는 것을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곧 마지막이 있음을 기억하고 그 날을 준비하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추수감사주일을 맞는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감사가 있습니까? 혹 조건적인 감사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세상은 건강할 때 감사하고, 먹을 것이 풍족할 때 감사하고, 자녀들이 잘 되어질 때 감사합니다. 예, 그런 것도 감사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의 감사는 그러한 조건적인 감사에 머물 수 없습니다. 있을 때도 감사하지만 없을 때도 감사한 것입니다. 풍족할 때도 감사하지만 모자랄 때도 감사한 것입니다. 왜요? 내가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것들이 천국의 소망 위에 주어지는 은혜 위에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천국을 소유했다는 기쁨이 모든 모자람을 이기기 때문입니다. 펜데믹을 지나고 처음 맞는 이 추수감사주일에 그런 감사가 넘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