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의 많은 부분은 대인관계의 문제로 생겨난 갈등들을 다루는 것이다. “잠언12장 18절: 함부로 말하는 사람의 말은 비수 같아도,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아픈 곳을 낫게 하는 약이다.”라는 성경 말씀과 같이 우리의 말은 서로에게 비수가 되기도 하고 서로를 치유하는 약이 되기도 한다. 경험적 가족치료 모델을 만든 미국의 심리학자며 가족치료의 어머니인 사티어는 사람들은 각자 특유의 형식을 가지고 말하는 유형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유형들은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 자기를 보호하고 생존하려는 대처방식으로 역기능적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티어는 그 대처방식의 원인을 ‘나쁜 사람’에게서 찾지 않고 ‘나쁜 규칙’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였다. 가족구성원들이 서로를 어렵게 하는 융통성 없는 가족규칙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규칙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사티어는 그 역기능적 규칙의 대화유형을 다음의 4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회피형으로 “나는 항상 좋은 사람이며 착한 사람이어야 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갈등과 대립을 회피하려는 유형이다. 회피형들은 사람들에게 자주 ‘미안하다, 힘들었지!’ 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사실 이 말들은 자신들이 상대방에게 듣고 싶은 말이라고 한다.
두 번째 유형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주로 상대방 탓을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기 보다는 자기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비난형이다.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며 자신과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만 가치를 두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외로움과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실패자라는 패배감을 갖고 있다. 오히려 그들의 거친 비난은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이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가치를 격하시키는 이면에는 자기 자신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극히 낮은 자존감이 내면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난형들은 다른 사람에게 비난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비난 받지 않으려고 오히려 타인을 비난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무슨 일이든지 조목조목 따지며, 이성적으로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초이성형이다. 이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자주 사용한다. 또한 지나친 책임감으로 매우 완고하며 독재적인 행동을 하지만 내적으로는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 유형은 남의 감정도 자신의 감정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주 외로움과 고독감을 자주 느낀다고 한다.
네 번째는 생각이 자주 바뀌고 동시에 여러 가지 행동을 하며, 곤란하거나 난처할 때 농담이나 유머로 그 상항을 바꾸려 시도하는 산만형이다. 이들은 분위기가 침체되거나 심각해지는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농담이나 유머로 분위기를 바꾸려 시도하는 것이다. 이들은 심리적으로 집중하는 순간을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역기능적인 대화의 규칙들은 갈등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 생존하려는 몸부림에서 만들어진 갈등들이다. 어린 시절이나 성인이 되어도 힘든 갈등의 관계 속에서 긴장감을 회피하기 위해 누군가의 기분을 살피고 눈치를 보던 습관이며, 쏟아지는 비난들을 피해 비난받지 않으려는 몸부림 이다. 또한 힘든 감정을 피해 이성을 사용하였고, 심각한 상황에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분위기를 바꾸어보려는 노력들로 만들어진 규칙들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규칙들은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여 회피하고, 비난하며, 따지고,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들이 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신이 사용하는 대화유형의 규칙을 알아내고, 동시에 상대가 사용하는 규칙을 이해하려는 관찰이 필요하다.
부르스 리치필드는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고 하였다. 우리 모두는 불공평의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하였다. 상처를 입힌 대다수는 자기들이 상처를 받은 것만 바라볼 뿐 자신들이 타인에게 남기는 파괴적인 흔적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잠시 마음의 공간을 가지고 자신이 사용하는 소통의 규칙들에 주목 해보아야 한다. 내가 받은 상처로 만들어진 나의 규칙들이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역기능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사티어가 말하는 순기능적 소통유형은 일치형이라고 하였다. 일치형은 부정적인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하며, 타인의 평가에 구애받지 않고 내 의견을 말하고, 감정표현에 이중 메세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비판하지 않는 것과 같이 남을 비판하지 않는 언어와 감정과 행동이 일치되는 규칙을 주로 사용하는 유형이다. 소통에서 이러한 일치형의 규칙을 좀 더 사용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이 사용하는 역기능적인 규칙을 알아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럴 수 있을 때 잠언의 17장1절 (마른 빵 한 조각을 먹으며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진수성찬을 가득히 차린 집에서 다투며 사는 것 보다 낫다.) 이 이루어 질 것이다. 나를 관찰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통찰력으로 얻은 지혜가 화목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