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자리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막말, "단언하건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배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라는 발언이 도화선이 되어 서울 중국대사관뿐만 아니라 전국적(중국 총영사관)으로, 세계적으로 강력한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그 화두는 '재중탈북자 강제북송 금지'이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6월 23일, 중국 정부에 재중탈북자의 강제 북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통일부도 강제북송되지 않고 자유의사에 따라 희망하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북한인권단체들은 주한중국대사관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수신인으로 하는 강제북송 중지요청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서한에서 중국에 구금된 최대 2,000명의 재중탈북자들에 대한 강제북송 중지를 강력히 요청했었다. 필자가 속한 단체도 다음 달 '재중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선언 및 긴급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폐쇄되었던 북중접경이 개통되면서 재중탈북자들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재중탈북자 구금 및 강제송환 문제 경과
올해 들어, 재중탈북자 강제북송문제의 도화선이 된 것은 3월, 중국 외교부가 정례 브리핑에서 재중탈북자에게 국내법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미국무부가 재중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그들을 사지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면서부터이다. 미국무부는 중국이 재중탈북자를 난민이나 망명 희망자가 아닌 불법 '경제 이민자'로 간주한다고 지적하며 난민의 지위에 관한 유엔협약, 1967년 의정서 및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는 과거에는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1~2년 사이 중국을 직접 호명하고 있다.
작년 미국무부는 국제인권단체의 재중탈북자 구금문제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의 지적에 대해 구금과 강제북송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힌바 있다. 중국은 2021년 재중탈북자 강제북송 상황과 법적 근거를 요청한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공동서한에 대한 답변에서 재중탈북자들은 국제 강제송환금지원칙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바 있다. 하지만, 유엔은 계속해서 중국정부에 재중탈북자를 강제북송하지 말 것을 촉구해 왔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작년 12월, 중국정부에 서한을 보내 강제송환금지원칙을 강조하며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송환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중국 수감시설에 구금된 탈북자 규모가 2,0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올 6월에 600~2000명으로 추정했는데 정보센터 관련자는 최근 중국이 재중 탈북자들 체포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안면인식을 비롯한 감시기술이 탈북자 단속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미국 의회, 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에서 증언했다. 현재 중국이 국경지역에 있는 6개 공안변방부대에 탈북자 구금시설을 갖추었고 최근 북한 함경도 무산군에 인접한 허룽시 구금시설은 건물을 증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월에 단둥-신의주 세관을 개방했는데, 중국정부의 공식발표 없이 세관이 먼저 가동되었다고 한다. 이는 재중탈북자 강제북송과 관련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게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세관이라 탈북자들을 은밀히 북송하기에 좋은 지점이기 때문이다. 중국 구금시설에 억류 중인 탈북자 2천여 명의 강제 북송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국정부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제송환 금지원칙'에 대한 유엔과 중국의 간극
국제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등이 규정한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은 고문,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나 형벌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송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1971년 유엔에서 합법적인 지위를 회복하면서 유엔난민보호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였다. 1979년, 중국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베이징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 설립을 허가해줬다. 1982년 9월 24일에는 유엔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1951)>, 1988년 10월 4일에는 유엔 <고문방지협약>(1984)에도 가입했다. 이 두 협약에는 '강제송환 금지원칙'(Non-Refoulement)에 관한 국제규범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이 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중국의 강제북송은 국제법상의 원칙을 깨는 것으로 북한의 반인도범죄 공범으로 간접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중국정부를 규탄하는 핵심요지이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재중탈북자들을 최소한 '현장난민'이거나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 의해 난민 여부를 불문하고 북송되면 고문당할 위험에 처해있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며 중국정부에게 이들에 대한 강제북송을 중지할 것과 재중탈북자들과 유엔난민기구(UNHCR)와의 접촉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바 있다. COI는 2014년, 보고서에서 북한당국이 중국에서 강제송환된 사람들 중 기독교 교회나 한국 국민과 접촉했던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심한 구타, 고의적 굶주림 등 고문수단을 동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었다. 또한 송환된 여성이 중국에서 임신한 경우 강제낙태를 당하여 이는 일반적으로 고문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중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한 북한 국적자는 난민이 아닌 불법 이민자이며, 이들에게는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정부에 의해 강제북송당한 사람들의 인권침해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지난 20년간 약 2만여 명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조사 및 분석을 실시해왔는데, 현재 총 8만 5,392건의 인권침해 기록과 총 5만 5,072의 인물정보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중, 강제송환 사례는 8,125건, 강제송환이후의 인권침해 피해사례(폭행, 성폭행, 처형 등)는 32,198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강제송환 사례를 8천여 건 조금 넘게 확보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수가 강제북송 당했을 것이다.
재중탈북자 강제송환, 무엇이 문제인가?
필자가 2000년대 초, 중국에서 탈북자사역 할 때도 매우 빈번하게 강제북송이 이루어졌었다.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 동북삼성에서 떠도는 탈북자들은 공안에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했다. 필자와 당시 함께 지냈던 사람들도 매우 주의를 요했지만, 결국 체포되어 강제북송 당하고 말았다. 그중 한명은 정치범 수용소에 갔다는 소식까지 접했었다.
재중탈북자들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포위망이 좁혀온다는 것을 직감할 때, 소수의 탈북자들은 특별한 행동을 감행했다. 잡히더라도 쉽게 강제북송을 당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 특별한 행동은 바로 범죄행위이다. 가장 많은 것이 폭행이었다. 당시 어떤 탈북청년은 고의적으로 공안을 폭행해서 형량(5년)을 더 많이 받기도 했다. 중국당국이 구속 기간 동안에는 절대로 강제북송을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 다시 끌려가느니, 중국 감옥에 갇히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에서다. 그들은 대부분 장춘 근처에 있는 교도소에 수감이 되는데, 필자도 한번 면회를 가 본적이 있는데, 불허되었다. 그 청년이 수감소식을 전해왔는데, 그리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곳에 수감된 탈북자들의 수가 꽤 많다는 것이고 형기를 거의 마쳐가는 탈북자들이 매우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형기를 마치면, 바로 북한으로 강제송환 되기 때문이다. 교도소를 나오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당시 재중탈북자들이 그랬다. 참 비참한 현실이었다.
이 상황은 현재 중국에 구류되어 있는 2,000여명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것이 한스러울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난 것에 환호할 때, 오히려 저들에게는 두려움과 공포가 엄습해왔을 것이다. 얼마나 기가 막힌 현실인가.
코로나 근 3년 기간에 북중국경이 폐쇄되어 중국에 머물러 있었던 재중탈북자들, 우리의 형제, 우리의 동포들이 이제 국경 해제로 인해 강제북송 될 백척간두에 놓여있다. 우리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라도 중국의 강제송환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WORLDVIEW 9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