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에 한국의 한 초등학생이 쓴 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일기의 제목은 '아빠는 왜'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셔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이 일기는 한국의 많은 아버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자녀들이 가정에서 아버지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들 중에 누구도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지 않은 아버지는 없을 것입니다. 누구도 자녀들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도 없을 것입니다. 일터에서 온갖 일을 참아가며 몸이 부서지게 자녀들을 위해 일하지만, 자녀들은 우리 아비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탓할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이것은 아버지들이 자녀들을 위해서 희생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집 안의 냉장고와 강아지도 주는 마음의 만족감을 자녀들이 아버지를 통해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경험한 세대입니다. 생존의 문제를 늘 앞에 두고 살았습니다. 그때는 마음을 얻는 것보다 먹고사는 것,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감추고, 아픔이 있어도 참고 사는 것이 생활화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다른 세대와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생존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을 고민하는 세대이며, 우리 자녀들은 그 시대를 살아갑니다. 그래서 아무리 생존을 위한 헌신을 아버지가 했더라도 마음에 상처를 주면 방문을 닫습니다.
아버지의 존재 가치를 알아주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나누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아버지들에게 선물로 심어주신 부성을 가지고 자녀들의 필요뿐 아니라, 세밀한 마음에 더 다가가면 자녀들의 일기장은 다시 새로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못하더라도 이미 아버지들은 존재만으로 위대합니다. 그래서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늘 모든 아버지들에게 부족하지만, 작은 감사장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만의 헌신도 사실 평생 갚지 못할 헌신입니다. 자녀들은 몰라도 우리 하나님은 다 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