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약 80분간의 정상회담을 마쳤다.
두 정상은 회담을 계기로 상호 방위협력 수준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공식발표했다. 이 선언을 통해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하기로 하고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해 압도적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
◈소인수회담에서 확대회담까지…80분간의 긴밀한 대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오전 11시15분에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소인수회담과 확대회담까지 진행되며 전체 정상회담은 12시34분께 종료됐다.
소인수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모두발언을 통해 70년 한미동맹의 의미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 "담대하고 원칙있는 일본과의 외교적 결단에 감사하다. 이는 3자 파트너십 강화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서로 생각이 다른 어떤 현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통해 충분히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회복력이 강한 동맹"이라며 가치에 집중했다.
정상회담이 종료된 후 두 정상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확장억제에 방점을 찍은 '워싱턴 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군사적인 협력은 철통 동맹"이라며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핵 억지력을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가 '확장억제'라고 강조하면서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하여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 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러한 의지를 '워싱턴 선언'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다.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한미 양국은 새로운 확장억제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기로 했다"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 간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尹 "워싱턴 선언, 강력하고 새로운 확장 억제"…바이든 "더 긴밀한 협력"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핵우산이 더욱 강력해졌음을 재차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재확인했다.
공동기자회견 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한국도 핵무장을 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물인 '워싱턴 선언'을 거론하며 "확장억제 추진과정에서 북핵에 대한 국민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에서 구체화된 확장억제의 강화와 실행 방안은 과거와 다른 것"이라며 "강력하고 새로운 확장 억제"이라고 평가했다.
또 "핵협력그룹(NCG)를 출범해 실시간, 정기적으로 핵 자산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방안으로 공동기획과 공동실행을 조금 더 강화하고 구체화해 한반도에 맞는, 북핵에 제대로 대응할 맞춤형 협력방안이 강구됐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응차원서 말하자면 저희가 (한국과) 보다 더 많은 상의를 통해 어떤 단계를 취하든 협력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워싱턴은 북한의 핵 위협을 방지하고 동맹국 보호를 위해 행동을 취함으로써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협의를 공고히 할 것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한국 역시 NPT에 대해 굳건한 의지를 여전히 갖고 있음을 밝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군 통수권자로서 미국에서는 핵전력 무기를 사용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맹국의 파트너들과 함께 상의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훨씬 긴밀한 협력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핵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주재시키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가까운 곳으로 핵 잠수함을 파견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尹-바이든, 첨단기술동맹 약속…'경제안보' 협의
한미 양국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의 첨단기술동맹이 국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 간의 기술·첨단산업 협력 강화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나아가 "미래세대에 도전과 혁신 의지를 불러일으켜 경제와 산업이 더 번영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와 반도체법에 대한 한국 기업의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이 있냐는 질문에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미국이 어떻게든 안 좋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미 국가안보실은 '차세대 신흥·핵심기술대화'를 신설해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퀀텀 등 첨단 기술 공동연구·개발과 인력 교류를 촉진하기로 했다.
미래세대의 교류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총 6000만 달러(약 802억원)를 투자해 2023명의 이공계·인문 사회 분야 청년의 교류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