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뇌성마비 장애로 인한 근육통증과 신경통이 점점 심해져 이를 좀 완화시키기기 위해 요즘 자주 한의원에 다니며 치료받고 있다. 한의원 원장님이 중국 북경대에서 공부하신 젊은 분으로 실력도 뛰어나고 신앙도 독실하며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셔서 매주 한 번씩 방문하여 침을 맞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치료받고 있는데 어깨통증도 많이 가라앉고 몸의 움직임이 한결 가벼워지는 등 효과가 매우 크다. 늘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치료해주시는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런데 한의원까지 가는 길이 좀 멀다. 집에서 2.3마일 거리인 Anaheim 지역의 Brookhurst & Crescent에 위치해 있어 전동휠체어로 40분 정도 걸린다. 버스를 타도 되는데 기다리고 갈아타는 시간을 합하면 40분이 더 걸려 그냥 휠체어로 이동하고 있다. 다소 먼 거리라 운전하기 좀 힘들고, 특히 여름철엔 강렬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으로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긴 하지만 가는 동안 여러 다양한 거리 풍경을 경험할 수 있어 참 재밌는 것 같다.

한의원까지 가려면 대략 3개의 큰 길을 지나야 하는데, 첫 구간인 La Palma에서 Crescent까지는 길도 넓고 나무가 우거져 있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쾌적하게 갈 수 있다. 두 번째 구간인 Magnolia에서 Gilbert까진 길은 평평한데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아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맞고 가야하며, 마지막 구간인 Gilbert에서 Brookhurst까진 가장 힘든 코스로 햇볕이 쨍쨍 내리쬘 뿐 아니라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길의 폭도 좁아 휠체어를 운전해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휠체어 바퀴가 약간만 어긋나도 밑으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길만 무사히 통과하면 한의원에 도착해 의사선생님으로부터 훌륭한 치료를 받고 내 몸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 비록 가는 길이 힘들고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해도 큰 기쁨과 보람이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살이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인생의 거리를 걷다 보면 평평한 길을 가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지날 때도 있지만, 때론 높은 언덕을 오르고 캄캄한 터널을 통과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험난하고 어두운 지역을 지날 때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이탈하지 않고 똑바로 따라 간다면 원래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한결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성실히 걸어가려는 인내와 헌신의 자세가 필요하다.

예수님께서 첫 번째 성금요일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걸어가실 때도 이런 마음이셨으리라. 무거운 십자가가 온몸을 짓누르지만, 뜨거운 태양에 땀이 철철 흐르지만, 채찍으로 얻어맞은 상처가 욱신욱신 쑤시지만, 무엇보다도 3년 동안이나 자신을 따랐던 제자들, 자신에게 환호했던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모두 떠났다는 사실에 외로움이 가슴 깊이 사무쳤겠지만 예수님은 용서와 구원이라는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부여하신 거룩한 사명을 감당하시기 위해 이 ‘고난의 길(Via Dolorosa)’을 묵묵히,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걸어가셨다. 그리고 그 소중한 희생 덕분에 우리가 참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병에서 나음을 입은 것이다. 결국은 고난의 길이 아니라 영광의 길이요, 구원의 길인 것이다.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열심히 따르며 이 고난의 길을 기쁘게 걸어갈 수 있길 기도드린다.

주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험난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그 험한 고갯길을
올라갈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주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부딪히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발판으로 만들어
더 멀리 갈 수 있게 하소서.

주님,
오늘도 제가 가는 길에서
넓고 편편한 길들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좁디좁은 험한 길을 가더라도
언제나 당신과 동행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이 세 가지만 허락해주신다면
저는 제가 가야할 이 머나 먼 길을
언제나 즐겁게 찬송을 부르며
갈 수 있겠나이다. 아멘...

글 | 이준수 목사 (남가주밀알선교단 영성문화사역팀장)

 

이준수 목사가 설교하는 모습
(Photo : 기독일보) 이준수 목사가 설교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