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의 성범죄 혐의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면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그가 자신을 스스로 '메시아'라 부르며 나이 어린 여신도들을 무수히 성폭행하는 장면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
공개된 8부작 영상물엔 JMS 정 씨를 포함해 김기순·박순자·이재록 등 4명의 실체와 피해자들의 증언이 생생하게 담겼다. 다큐멘터리의 첫 편은 정 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홍콩 출신 20대 여성의 증언으로 시작된다. 이 여성은 "다시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안 나오게 하고 싶다"며 JMS 측의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에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공개했다.
JMS 정명석은 1980년대 서울 신촌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포교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군부독재 치하에서 위축된 대학가의 분위기가 정 씨의 대중문화와 접목한 자유분방한 포교방식과 결합해 주로 대학생층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때부터 정명석은 믿고 따르는 대학생들에게 자신을 '하나님' 또는 '메시아'라고 칭하며 이들의 정신과 영혼을 지배해 나갔다. 특히 외모가 빼어난 어린 여성들을 자신의 침실로 유인해 안수기도, 또는 치료를 해주겠다는 명분으로 온갖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된 자료 영상엔 정명석이 자신의 생가 주변의 땅 수만 평을 매입해 성역화하고 그곳에서 신도들과 춤을 추며 퍼레이드를 벌이는 등 집단적으로 교세를 과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해 여성들은 정명석이 그곳에 젊은 여성들을 집단적으로 기거하게 하고 자신의 거처로 불러 성 착취를 일삼아 왔다고 폭로했다.
정명석이 자신을 '메시아'라 부르며 나이 어린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일이 일상화되다시피 하자 초기에 그를 추종하던 간부들과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회의를 느껴 이탈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 중에 1999년에 JMS를 탈퇴한 목사들은 검찰에 낸 진정서에 정명석이 "1만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게 하늘의 지상 명령"이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정명석의 변태적 성 일탈은 1999년 JMS에 몸담았다가 이탈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 경찰과 검찰에 진상을 밝혀달라고 수사 의뢰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그 직후에 해외로 도피한 정명석은 말레이시아, 홍콩, 중국 등지로 은신처를 계속 옮겨 다니며 성범죄를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명석은 해외 도피 중 홍콩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나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곧바로 풀려났다. 그러고는 중국으로 밀항해 잠적했으나 계속된 성 착취 행위가 덜미를 잡혀 2007년 5월 공안에 체포돼 2008년 2월 국내로 압송돼 재판에 넘겨지는 신세가 됐다.
정명석은 신도 성폭행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출소한 뒤 2021년 9월까지 홍콩 국적 여성 B씨(29) 등 2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28일 다시 기소됐다. 그의 범죄 혐의는 준강간, 준유사강간, 준강제추행, 강제추행 등이다. 그를 고소한 사람은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JMS 정명석 편에 첫 증언자로 등장하며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바로 그 여성이며 이후 여성 3명이 추가로 고소했다.
JMS 측은 정명석의 치부를 드러낸 다큐멘터리 방영을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지난 2일 기각당했다. 법원은 "상당한 분량의 객관적·주관적 자료를 수집해 이를 근거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JMS 측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프로그램 중 JMS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현재 대전지법에서는 정명석에 대한 성범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최근 공판에서 피해자들이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가 피해 여성들을 세뇌해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 여성의 전 연인으로 재판 증언대에 선 남성이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성 착취를 괴로워하면서도 "진짜 메시아면 어떻게 하느냐"며 혼란스러워했다고 증언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종교를 세뇌해 저지른 전형적인 가스라이팅 범죄다.
정명석의 성범죄 행각이 피해 여성들의 증언 영상 공개로 드러나면서 사회악을 끼치는 사이비 교주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원성이 높다. 따지고 보면 그의 성도착적 범죄 행각이 10년 수감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걸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를 사회로부터 철저히 격리하지 못해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게 만든 허술한 법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 이번 재판은 그에 대한 단죄가 피해자와 우리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이번 기회로 우리 사회에 이단 사이비 종교의 해악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게 됐다. 다시는 제2, 제3의 사이비 장사꾼들이 '종교'라는 위장 간판을 달고 온갖 사회악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철저한 경계와 주의 감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교주가 '기독교'라는 간판을 걸고 포교활동을 해왔기에 전체 기독교회를 동일시 하는 종교 비하 풍조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 그럴수록 교회가 바른 신앙의 자세를 점검하고 사회를 향해 겸손하게 섬김을 다해 '쭉정이'와 '알곡'을 구분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