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발생한 시리아에서 현지 교회들이 피해를 입은 수많은 이들에게 식량과 구호품을 나눠 줄 뿐 아니라 갈 곳 없는 이들의 피난처가 돼 주고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상처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며 마음까지 위로하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에 있는 오픈도어 '희망의센터'(Open Doors' Centers of Hope)에서 식량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레일라 사마르(Leyla Samar)는 "죽음과 회색 먼지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존재했다. 죽음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건물은 무너졌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녀는 "사람들은 차를 타고 거리에 서 있다. 그들은 '이 차가 이제 내 집'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영국 BBC가 확인한 소셜미디어 영상에 의하면, 11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으로 알레포 시의 기반 시설들은 금이 가고 무너져 내리는 등 불안정해졌다.
지진 당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놀란 가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사이에 전체 아파트 블록이 흔들리고 무너지는 모습이 담겼다.
지진의 참상을 목격한 이들은 "공포에 따른 도시 마비"를 전하고 있다. 일련의 강한 여진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두려워서, 건물에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태다.
레일라는 "오후에 또 다른 지진을 목격했다"며 "이제 모든 이들이 두려움에 휩싸였다. 모든 건물의 안전을 평가해 누구든지 실내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하지만 지금은 이에 대한 지원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영국 오픈도어는 "지진 발생 5일째를 맞이하면서 자원봉사자들과 교회 일꾼들은 음식, 담요, 위생키트를 구하기 위해 경쟁 중"이라며 "오픈도어의 '희망의센터' 파트너는 현재 알레포와 라타키아의 7개 지역에서 한 교회에만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구호품을 배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알레포 외곽, 시리아 북서부의 광대한 지역은 여전히 전화 연결이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전에 휘말린 이 지역에서 반군이 통제하는 곳의 경우에는 구호품을 가져 오는 길이 터키 국경의 작은 건널목 하나뿐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마론파, 동방정교회, 그리스정교회, 가톨릭 및 기타 여러 종파의 수도원과 교회가 대규모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에 위치한 현지 교회가 지진으로 집을 떠나온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 오픈도어 유튜브 영상 캡쳐 |
교회 지도자들은 신앙, 국적, 정치에 관계없이 모두를 환영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앙투안 아우도 칼데아 가톨릭 대주교는 "절박한 인도주의적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그의 거주지는 노인과 어린아이를 포함하여 약 50명을 수용하고 있다. 다른 이들은 성 엘리야의 마론파 성당에서 피신 중이다. 그리스정교회 주교단에는 1,600명, 알레포의 프란체스코 수녀원에는 2,000명 이상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도 주교는 "전기도 연료도 없고, 겨울은 매우 혹독하며 안팎이 춥다. 빈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오픈도어 희망의센터는 지금까지 약 5,400명을 수용하고 있다. 그들은 하루 두 끼의 식사(주로 샌드위치)를 배급하고, 담요와 쉴 곳을 제공 중이다. 자원봉사자와 성직자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레일라 사마르는 "우리는 많은 이들이 이를 자신의 믿음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리기 위한 신호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블록 5층에 사는 한 여성은 연로한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건물이 무너질 때 어떻게 도망쳤는지 전해 줬다. 비신자이던 그녀의 아들은 탈출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외쳤다고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진은 시리아 교회를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큰 충격을 주었다.
희망의센터 프로젝트 활동가인 이브라힘 나자르(Ibrahim Najjar)는 "IS가 초래한 공포의 영향이, 지진으로 파괴된 마을과 도시를 에워싼 지속적인 위험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확실성과 고립감이 커지고 있다. 이제 자신의 집도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쉽게 금이 가고 무너질 수 있는 집에 산다고 느끼기에 불안하고, 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목회자와 교회 일꾼들은 작은 기독교 공동체가 그들이 직면한 피로와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브라힘 자파르(Ibrahim Jaffar) 목사는 "우리의 목표는 남은 것을 강화하는 것이다. 구호 지원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독교인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교회 건물이 알레포 주민들을 위한 견고한 피난처 역할을 했듯이, 이곳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도 더 강한 회복력이 있기를 기도해 달라. 시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 소수 기독교인들의 봉사와 회복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