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춤을> 서사와 여러 모로 흡사한 <아바타>
힌두교와 기독교 성육신 사상, 기술 통해 현실 구현
오늘날 인류 최첨단 기술에 종교적 의미 부여와 확산
인간을 신의 영역 끌어올리는 자기신격화 욕망 반영

영화 <아바타> 속편으로 13년 만에 나온 2편 <아바타: 물의 길>은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조 샐다나(네이티리), 샘 워딩턴(제이크 설리), 시고니 위버(그레이스 어거스틴), 스티븐 랭(마일즈 쿼리치), 케이트 윈슬렛, 우나 채플린 등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12월 14일 개봉합니다. -편집자 주

◈기술과 인종윤리: SF로 재탄생한 <늑대와 춤을>, <아바타> 시리즈

금주에는 올해 마지막 블록버스터 기대작인 <아바타 2: 물의 길>이 개봉된다. 이 영화는 원래 작년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1년 연기돼 이번에 미국 본토 및 월드와이드 개봉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2009년 개봉된 전작 <아바타>는 현재까지 13년 동안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공전의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며, 3D CG 기술에 신기원을 연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블록버스터 흥행제조기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며, 감독의 이전 최고 흥행작 <타이타닉>의 12년 간(1997-2009)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경신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아바타>의 서사는 1990년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과 제작, 주연을 맡았던 <늑대와 춤을>의 서사와 여러 모로 흡사하다. <늑대와 춤을>의 19세기 미국 서부 배경이 22세기 외계 위성으로, 수(Sioux)족 인디언이 외계 부족인 나비족으로 변형된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2150년대, 고도로 발전된 기술문명을 가진 인류는 태양계와 가까운 항성계 알파 센타우리에 위치한 위성 판도라에 진출해 귀중한 핵융합 에너지 자원인 언옵테늄을 채취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위성의 원주민 외계 부족 나비족과 접촉하게 된다.

인류와 나비족의 관계는 처음에는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미군이 자원 채취를 위해 판도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나비족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자, 양측은 적대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 와중에 하반신 마비로 엉망이 된 삶을 살던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가 이곳에 파견돼 나비족과의 교류 및 판도라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생체 분신 '아바타'를 배정받게 된다.

이 아바타를 통해 나비족과 접촉하게 된 제이크는 미군의 방침과 다르게 나비족의 문화와 생활양식, 그리고 판도라의 자연환경에 매료돼 몇몇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나비족 편에 서기로 결정하고, 나비족과 함께 전투를 벌여 미군의 침공을 막아낸다. 그리고 마침내 하반신이 마비된 인간의 불완전한 육신을 버리고 정신을 완전히 아바타로 이전해 완전한 나비족으로 살아가게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아바타>는 비교적 단순한 서사 구조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선조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학살, 강제이주, 그리고 문화 파괴에 앞장섰던 미국 백인들 입장에서는 그들의 역사적 죄책감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서사라고 볼 수 있다.

이로써 <아바타>는 <늑대와 춤을>과 마찬가지로 다양성과 인종 간 화합을 강조하는 최근 미국 문화계의 풍조를 대변하는 작품 중 하나로 인식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아바타 2
▲<아바타> 시리즈는 인종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 그리고 최첨단 3D CG 기술을 바탕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기술과 종교사상: <아바타> 시리즈 속 기술문명 예찬과 자기신격화 욕망

<아바타>의 서사 속 기술문명 설정 역시 이 작품을 여타의 SF 블록버스터 작품보다 훨씬 돋보이게 만들어준 요소이다.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을 둔 정신전송 기술(mind transfer)과 인간복제를 연상시키는 생체 아바타 기술은 보다 완전한 육체를 얻어 생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인류의 욕망을 자극한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본다면 이러한 기술문명 설정이 <아바타> 시리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요소이다. <아바타>는 작품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서사나 설정 속에 여러 종교사상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일단 '아바타'란 말은 인도 힌두교 성육신 사상을 집약하는 용어이다. 그래서인지 이 용어는 이전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온라인 세계에 설정된 가상 캐릭터를 지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영화 <아바타>는 작품 속에서 이 힌두교 종교사상을 인공지능 및 인간복제 기술을 통해 현실에 구현한다.

그런데 <아바타>는 아무래도 미국에서 제작된 작품이고, 따라서 미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의 성육신 및 부활 사상을 채택해 작중 아바타의 특성을 설정한다.

파괴를 일삼고 죽음을 초래하는 악의 세력 미군으로부터 선량한 나비족을 구해내는 구원자 제이크가 '다른 육체를 입고' 등장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염두에 둔 설정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작품 마지막에 제이크가 하반신 마비가 된 불완전한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강건한 나비족 아바타로 정신을 완전히 이전시켜 재탄생하는 것은 "약한 것으로 심고 강한 것으로 다시 산다"(고전 15:43)는 기독교 부활 사상을 반영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바타 2
▲새로운 몸으로 정신을 이전시킨 제이크(샘 워딩턴 분)와 그에게서 태어난 나비족 아들.

이런 설정은 금주 개봉되는 <아바타 2> 서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작 <아바타>의 악역이자 제이크와의 대결에서 패배하여 죽음을 맞이했던 마일스 대령(스티븐 랭 분)이 제이크와 마찬가지로 아바타를 통해 부활해 다시 한번 제이크와 대결한다는 것이 <아바타 2>의 시놉시스이다. 이처럼 <아바타 2>는 전편보다 더 분명하게 기독교 부활 사상을 서사 설정에 반영한다.

미국에서 저술된 소설과 희곡, 그리고 미국에서 제작된 여러 형태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기독교 사상을 서사 설정에 차용하는 일은 전혀 생소한 일이 아니다.

다만 <아바타>는 기독교 사상을 활용해서 오늘날 연구되는 인류의 최첨단 기술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 그리고 이런 사고방식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흥행력을 바탕으로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영화 <아바타>가 전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기술문명의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인류의 더딘 윤리적 진보에 대한 비판이다. 작중 미군으로 대표되는 탐욕스러운 인류는 아바타라는 대단한 신기술을 확보하고서도 이를 겨우 외계 부족 착취와 말살에 이용하려는 악의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는 제이크가 나비족 일원이 되기를 자처하고 원래 가지고 있던 인간의 육체를 포기하기로 결심하게 된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아바타>의 두 번째 메시지는 첫 번째 메시지와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이 두 번째 메시지란 바로 우리 인간이 꿈꿔온 구원과 부활이라는 것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과 은혜가 아니라 실은 인류가 이미 갖고 있었던 하나의 가능성이며, 이 가능성은 현재 연구되기 시작한 인공지능과 인간복제 기술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발전된 기술문명이 인간의 생명 연장과 부활을 가능케 해 인간을 신의 영역으로 끌어올려줄 것이라는 인류의 자기신격화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성경에서는 성육신과 부활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과 역사에 속한 일이었는데, 이 일을 인간이 개발한 기술로 구현해내게 됐으니, 인간이 곧 성경에서 말하는 신의 위치에 올라선 것 아니겠냐고 <아바타> 시리즈는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아바타 2
▲영화 <아바타> 시리즈는 정신을 전송하고 완벽한 육체를 복제해내는 기술에 도전하는 인류에 대한 칭송과 신격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