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브릿지 컨퍼런스 이튿날인 27일 저녁 매우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LA교계의 원로인 송정명 목사가 웨이터복을 입고 직접 후배 목회자들에게 음식을 서빙한 것이다. 앞서 진행된 ‘선배가 후배에게’라는 토크 콘서트 순서를 통해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했던 그가 갑자기 웨이터로 변하는 깜짝 이벤트를 보여주면서 후배들에게 또 한번의 기쁨을 줬다.
서빙에 나선 것은 송정명 목사 뿐만 아니었다. 이번 컨퍼런스 주 강사인 권준 목사는 물론이고 고승희 목사, 김경진 목사, 이상명 총장 등 남가주 지역 주요 교회 및 신학대학 총장들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들을 날랐다. 서빙하는 이들도 서빙을 받는 목회자들과 사모들도 미소가 가득한 훈훈한 장면이었다. 웨이터 복장이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냐는 사회자의 짓궂은 물음에 참석자들은 권준 목사와 송정명 목사를 거침없이 꼽으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앞서 진행됐던 토크 콘서트에서 송정명 목사는 목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느냐는 후배들의 질문에 ‘설교’라고 답했다. 송 목사는 “무엇보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성도들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 책무가 가장 크다고 본다”면서 “저 또한 40년 목회를 돌아볼 때 설교를 가장 비중있게 여기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밝혔다. 또 송 목사는 목회에 있어 균형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목회활동을 하면서도 사회 참여 및 지역 섬김 활동을 꾸준히 해나갔던 경험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참석자들을 위한 미니콘서트도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 찬양 및 예배를 모두 맡아서 기획하고 있는 원 하트 미니스트리에 소속된 이실라 찬양 사역자는 ‘나와 함께 가자’는 주제의 콘서트를 통해 참석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물했다.
점심시간에는 목회자와 사모를 위한 무료 헤어컷 코너도 운영됐다. 나성순복음교회 전도왕으로 알려진 국가대표 미용사 김인태 장로가 27일과 28일 이틀간 낮시간을 이용해 참가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한국에서 1986년 아시아 미용선수권대회 우승, 미용 국가대표 트레이너 200여회 대회 심사위원 등을 맡았고 미국에서도 유명 영화배우와 영화감독의 머리를 직접 손질한 그이지만 자신의 달란트로 목회자과 사모들을 섬기는 이번 기간이 더 보람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컨퍼런스 이튿날인 27일은 다양한 주제의 강의들도 이어졌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이상명 총장은 ‘바벨론에 갇힌 현대 교회의 네 가지 위기와 회복’이라는 제목으로 첫 강의를 전했다. 이 총장은 먼저 “26년 전 제가 처음 미국으로 이민 왔을 때의 미국과 지금의 미국은 많이 다르다는 것에 다들 공감하실 것이다. 보다 반신적이고 반복음적으로 변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의 교회가 또 다시 영적으로 바벨론에 포획되는데 대한 경계를 요청하면서 이 시대 바벨론의 의미에 대해 해석했다. 바벨론의 포괄적인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는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악의 실체 △하나님께 대적하는 오만한 권력과 그것의 원형 △하나님 나라와 대조를 이루는 종말에 멸망할 악마적 세력 등으로 정의했다. 이를 오늘날에 적용한다면 △교회에 급속히 파고드는 세속적 가치 △신앙과 영성을 해치는 편만한 무신론적 사조 등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장은 바벨론의 특징으로 물신사상, 계급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 등을 들었다. 물량적 토대 위에 세워진 체제이고, 또한 철저한 철저한 계급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성장의 참된 목적을 상실한 채 확장 일변도의 체제를 유지했던 것과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모습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에 이 총장은 이러한 바벨론의 특징이 현대 교회가 보이고 있는 특징과 연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총장은 “교회 정체성 상실로 이어지는 자본주의적 물신사상에 물들고 섬김과 헌신이 사라지고 대신 성직주의와 계급주의가 자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또 성장주의에 경도된 나머지 돌봄과 치유와 회복이 약화되거나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고 승리주의에 함몰돼 주변 형제 교회에 무심하거나 이웃교회를 경쟁 대상으로 인식하는 풍토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개교회주의를 경계하고 공동체적인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삼위일체 교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관계적 존재임을 일깨운다”면서 “하지만 개인주의와 개교회주의는 개인이나 교회가 사회적 역사적 관계망의 산물임을 자각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결국 개인과 교회가 사회와 역사 앞에 책임적 존재로 설 수 없게 만들고 탈사회화, 탈종교화, 탈역사화에 빠지게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공동의 이야기’를 점차로 상실하고 있는 현대 교회에 대해 “신앙공동체의 정체성은 함께 듣고,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시작되고 자란다”면서 “거대한 로마제국 안에서 바울이 ‘몸의 신학’을 강조한 이유는 당시의 바벨론인 로마제국을 대신할 그리스도의 몸으로써 ‘하나님의 대안 공동체’를 곳곳에 세우기 위한 바울의 선교전략이었다”고 표본을 제시했다.
김섭리 목사는 ‘선교적 예배, 총제적 회복을 위한 여정’이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현대교회의 예배 회복은 초대교회의 예배를 본받을 때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최근 유행처럼 사용되는 ‘선교적 교회’라는 표현에 대해 “진정한 선교적 교회에 대한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오늘날 교회는 정말 하나님의 일하심에 참여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내 안에 먼저 형성되지 않은 하나님 나라를 설교로 전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마찬가지로 복음적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공동체가 전하는 복음이 과연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예배를 회복하는 길에 대한 답을 초대교회로부터 얻었다. 당시 외부의 위협이 있어서 밖에서는 복음을 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초대교회 공동체의 삶을 보고 사람들이 공동체로 들어온 것이 당시의 선교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세상의 환경이 교회를 핍박하던 초대교회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하면서 “세상이 더욱 교회를 미워하고 교회를 향한 문화적 핍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 가운데 초대교회와 같은 예배의 회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초대교회의 경우 예배와 선교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예배 자체가 선교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과 분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당시는 삶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렸고 삶이 곧 예배였고, 선교였다. 이것이 초대교회의 정체성”이라고 덧붙였다.
존 최 목사는 ‘가인의 예배가 오늘날도 드려지고 있다면?’(창4:3-7)이라는 제목의 강의로 주목을 끌었다. 최 목사는 가인의 제물을 하나님이 받지 않으신 이유에 대해 “단지 아벨과 같은 양을 제물로 드리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사야 1장11절 말씀을 보면 단지 제물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본문 7절에 이미 답이 나와 있다. 가인은 선을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 따로, 예배 따로인 삶을 드렸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인의 길, 발람의길, 고라의 길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인의 길은 발람의 어그러진 길과도 연결된다. 히브리서 13장 4절 말씀을 오늘 시대에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교사들을 파송하는 나라이지만 미국은 전세계 음란 컨텐츠의 89%가 제작되고 있고, 한국은 인구 대비 음란물 소비량이 전세계 1위라는 사실을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예수님의 말씀과 같이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면 마음에 이미 간음한 것이다. 한국 갈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일상생활 대화에 이런 성적인 요소가 배어있다는 점이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기독교인들도 여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라면서 “일주일 동안 그런 문화에 젖어 살다가 주일날이 되면 그냥 습관처럼 교회를 나오는 예배, 그러한 가인의 예배가 오늘날 드려지는 것이 아닌가 살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랙강의에서는 목회자들을 위한 강의를 ‘부부 친밀감’을 주제로 최은희 강사가 맡아 진행했다. 또 사모들을 위한 강의는 ‘식탁 하부르타’라는 주제로 정한나 사모가 강사로 나섰다. 최은희 강사는 목회자들에게 솔직해 지는 법, 내 감정을 잘 전달하는 법,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 등 실제로 목회자와 사모의 관계에 있어 서로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친밀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정한나 사모가 사모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식탁 하부르타’ 강의에서 하부르타란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 토론, 논쟁한다’는 말로 유대인들만의 교육방법이다. 여섯 자녀를 둔 정한나 사모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녀양육에 대한 강의는 사모들에게도 매우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정 사모는 특히 첫째가 투병 중에 있고, 본인 또한 얼마 전 큰 수술을 하며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님에도 가정에 행복이 계속해서 넘치고 끈끈한 가족간의 유대가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하부르타의 비결을 설명했다.